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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가을야구' 첫날, 1만2422명 발걸음…성숙한 팬심 빛났다[WC1 스케치]

박상경 기자

입력 2021-11-01 19:24

수정 2021-11-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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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가을야구' 첫날, 1만2422명 발걸음…성숙한 팬심 빛났다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단계적 일상 회복 1단계 시행 첫날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의 모습.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키움 히어로즈-두산 베어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펼쳐진 1일 잠실구장.



이날 경기장 바깥에선 오랜만에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키움과 두산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응원하는 팀 유니폼을 갖춰 입은 팬, 퇴근 시간에 맞춰 동료들과 함께 가을야구를 즐기려는 직장인 등 각양각색 인파가 모였다. 치킨 등 각종 먹거리를 들고 가을야구 만끽에 들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무관중 체제에서 썰렁하기 그지 없었던 경기장 외부 매점 상인들은 오랜만에 길게 늘어선 줄에 기뻐할 겨를도 없이 주문을 처리하는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코로나 이전 시대의 가을야구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KBO는 포스트시즌 기간 야구장 전 좌석을 백신 접종자 구역으로 운영하기로 하면서 잠실구장은 100% 관중 입장이 가능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관중석 내 취식도 허용됐다. 마스크 착용과 육성응원 금지는 유지됐지만, 적어도 가을야구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여건은 갖춰졌다.

이날 관중 입장 규모와 일거수 일투족은 큰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황 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현장 점검차 이날 잠실구장을 찾았다.

일각에선 지난 주말 핼러윈을 전후해 벌어졌던 일부 지역에서의 무질서가 야구장에서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응원문화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입장 절차가 길어지면서 지하철역부터 야구장 출입구까지 긴 줄이 늘어섰지만, 불평하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식음료 매장 역시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야구장 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양팀 응원단의 동작에 맞춰 응원전을 펼쳤다.

다만 가을야구의 열기가 고조되면서 평정심은 다소 흔들렸다. 두산이 동점을 만드는 순간부터 양측 관중석에선 심심찮게 육성 응원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8회초 키움이 무사 1, 3루 찬스를 잡은 상황에서도 이정후의 이름을 연호하는 등 팬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날 잠실구장엔 총 1만2422명의 관중이 찾아왔다. 외야 좌석 빈자리는 상당했지만, 양팀 응원단석을 중심으로는 대부분의 좌석이 채워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최다 관중의 역사가 다시 쓰였다.

이번 포스트시즌 전망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다. 길어진 코로나 시대 속에 어색해진 직관 응원, 한 시즌 내내 이어진 각종 사건사고, 도쿄올림픽 부진 등 갖가지 악재 속에 흥행 참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타이 브레이크전에 이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야구를 향한 팬들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좋은 야구를 펼치기 위한 야구계의 책임 의식도 그만큼 무거워졌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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