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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 왼손 거포' 출신 보어와 팔카의 닮은 듯 다른 점?[SC줌인]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8-30 00:34

수정 2021-08-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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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 왼손 거포' 출신 보어와 팔카의 닮은 듯 다른 점?
지난해 삼성 대체 외인타자 팔카와 올 시즌 LG 대체 외인 타자 보어.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트윈스 새 외인타자 저스틴 보어.



보어는 빅리그 통산 92홈런, 303타점을 기록한 거구의 왼손 거포 출신. 2017년 25홈런 83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큰 기대를 모으고 영입한 거포. 하지만 아직은 기대 이하다.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살라디노 대체 외인으로 영입한 삼성 다니엘 팔카가 떠오른다. 2018년 빅리그 27홈런, 67타점을 기록한 거구의 왼손 파워히터. 한방이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도 흡사하다.

팔카는 삼성 라인업의 왼손 거포 가뭄을 해소해줄 파워 히터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51경기 0.209 타율에 8홈런, 23타점. 18개의 볼넷을 고르는 동안 삼진을 58개나 당했다. 아웃앤인 당겨치기 일변도의 스윙궤적은 바깥쪽에 치명적 약점을 노출했다. 당연히 시즌 종료 후 삼성과 결별했다.

아직까지 보어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제2의 팔카'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

보어 역시 당겨치기 일변도의 전형적인 풀 히터다. 타석에 서면 오른쪽으로 수비 시프트가 일어난다.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KBO리그. 적응에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13경기 0.133의 저조한 타율. 장타는 단 하나도 없다. 5차례 볼넷으로 출루하는 동안 삼진은 17개나 당했다.

얼핏 흡사해 보이는 스타일.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변화에 대한 태도의 차이다.

팔카는 자신의 야구 스타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전 공백도 있었고, KBO리그의 차이도 있었지만 자신의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풀스윙을 이어가다 결국 리그 종료와 함께 짐을 쌌다.

하지만 보어는 다르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경기 전 실내에서 가장 늦게까지 연구하고 배트를 잡는다. 코치와 소통하면서 보완점과 달라져야 할 점을 숙지하고 있다.

실제 보어는 최근 타석에서 유인구를 참아내고 간결한 스윙으로 컨택트에 주력하고 있다. 무리하게 장타를 노리지 않는다. 기본 파워가 있는 선수라 일단 컨택트만 이뤄지면 장타는 자연스레 따라올 거란 판단.

효과가 있었다. 이틀 연속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안타가 터지고 있다.

27일 삼성전 0-1로 뒤진 7회말 2사 1루에서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을 상대로 안타를 연결하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28일 키움전에서는 1-2로 뒤진 7회말 무사 2,3루에서 키움 에이스 요키시를 상대로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29일 키움전에서도 2-0으로 앞선 1회말 1사 만루서 키움 선발 최원태의 바깥쪽 투심을 가볍게 밀어쳐 2타점 좌전적시타를 날렸다. 2타수1안타 볼넷 2개. 눈 야구도 시작됐다. 보어는 최근 4경기 연속 안타, 2경기 연속 2타점을 기록했다.

간결한 스윙이 터치로 이어지고 있는 셈. 밥 먹듯 당하던 삼진도 이틀에 걸쳐 딱 하나 뿐이었다.

새 리그 변화에 대해 타격코치의 조언을 받아 해법을 찾아가는 긍정적 신호들.

LG 류지현 감독은 "밸런스적 문제에 대해 타격코치와 많이 상의하며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는 것 같다. 느낌이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며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만큼 선수한테 조금 더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어 스스로도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좋아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류 감독은 27일, 28일 이틀 연속 보어 안타 이후 대주자로 교체했다. 찬스를 이어가려는 판단과 함께 가장 좋을 때 불러들여 다음 경기에 대한 긍정적 느낌을 가지도록 해주려는 차원이다.

변화하고 적응하려는 선수의 노력과 벤치의 세심한 배려. 보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한편의 드라마가 될 에너지가 응축되고 있는 과정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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