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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어서라도" 가족 같던 에이스의 공백, 사령탑의 망부석 고뇌[고척핫포커스]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8-26 12:23

수정 2021-08-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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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어서라도" 가족 같던 에이스의 공백, 사령탑의 망부석 고뇌
키움 제이크 브리검. 스포츠조선DB

[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렇게 (공백이)길 줄 알았으면 내가 무릎 꿇어서라도 말렸다."



키움 히어로즈는 후반기 7승5패를 기록중이다. 야구계의 예상과는 달리 선방하고 있다. 25일 한화 이글스 전을 앞두고 만난 홍원기 감독은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들을 선수들이 합심해 메우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키움은 선발진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브리검과 한현희, 안우진이 한꺼번에 이탈한 상태다. 요키시를 1선발에 두고, 기존의 최원태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정찬헌, 그리고 신예 김동혁 이승호로 '잇몸' 선발진을 꾸린 상황.

하지만 25일 경기에 나선 이승호는 4이닝 6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후반기 2경기 모두 4이닝만에 강판됐다. 현재까진 전반기 필승조의 위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날 패배로 키움은 NC 다이노스에 추월을 허용, 5위로 내려앉았다.

고뇌가 깊어질수록 외국인 에이스 브리검에 대한 아쉬움만 커져간다. 앞선 4년간 든든하게 키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브리검은 지난 시즌 후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초 일찌감치 퇴출된 조쉬 스미스를 대신해 5월 대체 외인으로 다시 합류했다. 변함없는 구위를 앞세워 전반기에만 7승(3패) 평균자책점 2.95의 빛나는 성적을 거뒀다.

2017년 이후 5년째 함께 해온 '가족 같은' 브리검이기에,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에 키움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브리검에게 특별휴가를 주고 미국으로 출국시킨 것. 마침 올림픽 휴식기가 있었고, 전반기는 예정보다 1주일 먼저 중단됐다.

하지만 이후 브리검의 귀국 예정은 감감무소식이다. 종종 자신의 연습 투구 영상을 보내는 게 전부다.

운동선수 등 문화체육 계열 취업비자의 경우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에 들어오면 2주간 자가격리를 소화해야한다. 홍 감독은 "언제 온다는 예정은 아직 없다.아내의 출산 예정일이 23~30일이라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뒤 평온한 마음으로 귀국해주길 바란다"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선수가 아니고 가족이라고 생각해 큰 결심을 내렸다. 이렇게 길어질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다. 이 정도로 (휴가가)길어질 줄 알았다면 내가 무릎을 꿇어서라도 말렸을 거다. 들어와도 자가격리가 끝난 뒤에야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

또다른 퇴출 선수 테일러 모터와는 달리 브리검은 오랫동안 키움 팬들과 함께 했다. 실력 뿐 아니라 경기장 내외에서 보여준 모습도 존경받을만 했기에 KBO리그에서 5년째 뛸 수 있는 것.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브리검에 대한 신뢰는 깨질 수밖에 없다. 키움은 이미 2장의 외국인 교체카드를 모두 소모해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도 없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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