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인터뷰]'1m73→1m89 폭풍성장' 이민석, 1차지명 영광 안은 '모태롯데팬'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8-25 14:28

수정 2021-08-25 14:32

more
'1m73→1m89 폭풍성장' 이민석, 1차지명 영광 안은 '모태롯데팬'
개성고 유니폼의 G로고는 롯데 자이언츠와 흡사하다. 모태 롯데팬 이민석은

[부산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부산 사람이니까, 모태 롯데 자이언츠 팬이죠. 이대호(39) 선수 일본 가기 전부터 열심히 응원했어요."



2003년생 이민석(18·개성고)의 10여년 팬심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이민석은 내년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이대호와 함께 뛰게 된다.

24일 부산 개성고 연습장을 찾았다. 비가 내리는 날씨, 실내 연습장에서 웨이트를 하던 이민석은 동료 선수의 부러움 섞인 탄성을 뒤로 하고 인터뷰에 임했다.

당당한 체격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투수에 전념하게 된 계기를 묻자 "중학교 때 키가 작고 힘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중3 때 키가 1m73이다. 타구가 멀리 나가질 않더라. 그래서 고등학교 가면 투수만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해 겨울방학부터 키가 부쩍부쩍 크기 시작했다. 고2 때 1m83이었고, 지금은 1m89다."

23일 1차지명이 발표됐고, 롯데 관계자들이 찾아와 유니폼을 선물했다. 이민석은 "어젠 얼떨떨했는데, 하루종일 축하 전화를 받고 나니 이제 실감이 난다"며 멋적게 웃었다.

롯데 선수들과는 인연이 많다. 어린 시절엔 21살 차이 이대호의 열렬한 팬이었다. 이외에도 손아섭 황재균 강민호 전준우 등을 좋아했다며 아직은 롯데 선수 아닌 팬의 떨림이 가득했다. 초등학교-중학교 2년 선배인 최준용과는 이날도 전화통화를 나눌 만큼 절친한 사이.

1~2학년 때만 해도 유명 선수는 아니었다. 올겨울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민석은 "2학년 때 최고 144㎞를 찍고 나니 '프로에서도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올해 물금고와의 연습경기에서는 152㎞까지 나왔고, 최근 협회장기에서도 150㎞를 찍었다"며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큰 키에도 뻣뻣하지 않고 간결한 스윙과 유연한 투구폼을 지닌게 최대 장점. 롯데 측에서도 이 점을 높게 평가한다. 이민석은 "어릴 때 정종국, 이인영 코치님께서 '키가 작을 때 좋은 폼을 만들어놔야 커서도 힘이 붙는다. 계속 예쁘게 가다듬어라. 재능 있으니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사실 고등학교 기준으로 보여준건 많지 않은 원석이다. 올시즌 총 5경기 15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한 게 전부다. 5이닝 이상 소화, 100구 이상(105구) 투구 모두 올해 청룡기 1라운드 경남고 전이 유일하다. 2학년 때는 성장통으로 인한 어깨 통증, 3학년 때는 봄시즌 개막 직전 갑작스런 손가락 부상을 겪었다.

이민석은 "집에서 운동하다가 다쳤는데, 아픈가보다 했는데 병원에서 미세골절이니 1달간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더라"면서 "결국 주말리그를 못 뛰고 전국대회에 바로 나갔다. 투구수나 페이스 조절이 안되더라. 내가 잘했으면 우리 학교가 올해 좋은 성적을 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지금은 완치된 상황.

송보람 개성고 투수코치는 "부드러운 투구폼이나 기본기는 1학년 때 이미 완성돼있었다. 특히 몸쪽을 잘 던지는데. 이건 타고났다. 안정감도 좋고, 변화구 익히는 재질도 있다"면서 "키가 급격하게 크는데도 선수 스스로 성실하게 잘 준비해서 밸런스를 놓치지 않았다. 단지 보여준 게 없었을 뿐인데, 롯데에서 잘 선택해주셨다. 앞으로 프로에서 잘 배우면 된다"며 웃었다.

김풍철 스카우트 팀장과 나승현 스카우트가 꾸준히 이민석을 지켜본 결과다. 래리 서튼 감독은 "투수 많은 거 싫어하는 감독이 있나. 팀이 한단계 더 발전할 기회"라며 반겼다. 이민석은 "잘 못했는데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가능성을 높게 봐주신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구종은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던진다. 특히 올해 장착한 스플리터가 손에 잘 맞는다고.

개성고(옛 부산상고)는 김응용 강병철 김용철 윤학길 등을 낳은 야구 명문이다. 비교적 최근 선수들로는 채태인 박동원 박준태 최영환 심재민 등이 있다.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롯데 김진욱에 대해서도 강렬한 추억이 있다. 1학년 때인 2019년 청룡기 4강에서 개성고를 꺾은 팀이 바로 김진욱의 강릉고였다. 이민석은 "당시 김진욱 선수가 중간에 나와서 경기를 끝냈던 기억이 난다.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웃었다.

"1차 목표는 1군에 드는 것, 다음 목표는 신인상을 받는 것이다. 내년에 사직구장에서 뵙겠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