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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친구야!" 후반기 14이닝 무실점, 달라진 '안경에이스'의 진심[부산리포트]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8-24 11:17

수정 2021-08-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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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친구야!" 후반기 14이닝 무실점, 달라진 '안경에이스'의 진심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한 박세웅. 김영록 기자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하이고, 되다(힘들다)!"



롯데 자이언츠의 토종 에이스 박세웅(26)은 인터뷰실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외쳤다.

선발투수는 야구에서 컨디션 관리에 가장 민감한 포지션이다.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T의 경기.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했다. 제아무리 정상 진행을 전제로 준비하는 프로 선수라 한들, 우천취소 가능성을 떠올릴만한 날씨였다.

경기 시작 후에는 더했다. 2차례에 걸쳐 폭우로 경기가 중단된 시간만 40여분. 특히 첫번째 경기중단은 롯데가 6-0으로 앞서가던 4회였다. 노게임 가능성도 있었다. 이후에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강행됐고, 7회에야 비로소 강우콜드가 결정됐다.

하지만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5승, 11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QS)를 달성한 박세웅의 표정은 밝았다. 박세웅은 13일 LG 트윈스 전에 이어 2경기 14인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베테랑의 기준을 '1군 경험'에 둔다고 했다. 나이는 젊지만, 프로 데뷔 연차로는 7년째. 팀내 위치는 에이스. 박세웅도 이제 노련미와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날 직구 구속은 경기 초반에는 최고 149㎞를 찍었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140㎞ 초중반으로 떨어졌다. 박세웅은 "의도한 것"이라고 답했다. 비가 오면서 제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고, 강약조절도 필요했다. 또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갔을 때는 원래 구속으로 던졌다는 것. 그는 "직구 뿐 아니라 구종마다 구속 차이나 로케이션 차이를 두고 던지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올림픽 다녀온 게 큰 경험이 됐다. 대표팀에서도 선발의 임무는 이닝을 최대한 버텨주는 거라고 들었다. 그래서 올시즌 퀄리티스타트가 많은게 특히 만족스럽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절친' 안중열에게 뜨거운 감사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박세웅은 "전엔 억지로 이기려고 던졌다면, 지금은 (안)중열이랑 둘이 피칭을 하는 느낌이다. 볼배합도 마음이 잘 통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스의 볼을 받는 포수에겐 이정도면 최고의 찬사다.

원래 주무기는 포크볼이지만, 박세웅은 올시즌 승부구로 커브를 준비했다. 예전엔 카운트를 잡던 구종이었는데, 좀더 빠르고 강하게 브레이크를 주는 파워 커브로 바꿨다. 특히 이날 높은 직구에 이어 빠르게 뚝 떨어지는 커브의 볼배합이 잘 통했다. 99구 중 22구가 커브였다. 박세웅은 "커브 덕분에 다른 구종도 더 살아나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1회에 황재균 선수가 직구와 커브에 잘 반응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중열이가 커브 사인을 내줘서 고마웠다. 오늘 블로킹을 잘해줘서 주자 진루를 막아준 상황도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커브는 아무리 앞에 떨어져도 막을 수 있다. 자신있게 던져라'고 해준게 크게 와닿았다. 참 많은 힘이 된다."

고향은 대구와 부산으로 다르지만, 두 사람은 동갑내기 친구다. 박세웅이 2015년 KT에서 롯데로 이적했을 때, 가까운 곳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동료다.

"부산 처음 왔을 때도 잘 챙겨줬고, 상무 가기 전에도 많이 의지했다. 타자마다 피드백도 정말 잘해줘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 중열이한테 고마운 점이 참 많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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