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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정신차립시다]팬들의 목소리 '잘난야구도 좋지만, 바른야구가 우선'

박재호 기자

입력 2021-08-16 16:19

수정 2021-08-17 07:37

팬들의 목소리 '잘난야구도 좋지만, 바른야구가 우선'


한국야구가 혼란스럽다. 후반기 KBO리그는 시작됐지만 자성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반복되는 사건사고에 도쿄올림픽 졸전까지. 최악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정말 바닥까지 파고 내려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방역수칙 위반 술자리로 코로나19 선수단 감염이 퍼져 리그는 강제 중단됐다. 도쿄올림픽 대표팀 차출 논란에 이은 노메달. 여기에 음주운전 혐의, 외국인 선수의 대마초 전자담배 수입적발, 도핑물질 적발까지. 지난 수주간 프로야구는 악재가 쌓였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꼴도 보고 싫지만 그럼에도 삶의 작은 부분이었던 야구가 다시 서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다.

유튜브 '야구부장의 크보핵인싸' 채널이 한국야구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팬들의 지혜를 구했다. 수백개의 진지한 의견이 도착했다. 40년 야구팬의 묵직한 이야기부터, 최근 새롭게 야구를 접한 고교생의 조언, A4 용지 두장 분량을 넘긴 정성어린 고견까지.

결과만큼 중요한 멋진 과정을 바란다는 의견, 장기발전 과제, 선수들에 대한 날선 비판도 많았다. 도쿄올림픽 졸전으로 만천하에 드러난 KBO리그의 민낯과 더불어 리그발전을 저해하는 여러 요소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팬들은 우리야구 현실을 모르지 않았다. 국제경쟁력과는 거리가 먼 낮은 경기력을 알면서도 응원해줬다. 하지만 본분을 망각한 선수들의 어이없는 사건사고, 가장 기본인 팬서비스조차 등한시 하는 모습에 실망감이 폭발한 것이다.

▶팬들은 메달이 전부가 아니라고 한다

도쿄올림픽 노메달이 분노를 증폭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을까.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을 작성하고도 아쉽게 메달을 따내지 못한 우상혁은 큰 박수를 받았다. 환한 웃음과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대회를 즐기는 모습, 마지막까지 자신의 본분(군인)을 잊지 않는 당당함은 큰 울림을 줬다.

아이디 '아잉아잉'은 '최근 몇년 사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팬들이 아주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 메달을 따지 못해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에게, 과정이 공정한 선수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중략) 메달이 누구나 납득되는 공정한 과정을 통해 최선의 결과물로 도출된 메달이라면 더더욱 아름다울 것이지만, 굳이 메달이 아니라도 국민과 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도전하는 과정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열정이 있다면 오히려 메달보다 더 값진 것이라 믿는다. 과연 야구는 과정을, 열정을, 최선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주는가?'라고 했다.

정신력 논란은 지금도 의견이 팽팽하다. '예전에 비해 선수들이 악착같이 달려들지 않는다.' '실력이 부족한데 언제까지 정신력 타령만 할 것인가'. 한 야구원로의 '배에 기름' 발언에 대해서는 '틀린 말 아니다', '한국야구에 공동 책임이 있는 선배가 할 말은 아니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진다.

중요한 것은 팬들의 인식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며 KBO리그 선수들이 자신의 몸값에 걸맞은 플레이 뿐만 아니라 자세도 기준미달이라 느낀다는 점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팬들 속으로!

팬들이 등을 돌리면 프로스포츠는 모든 것이 끝이다. 존립 기반을 잃는다.

아이디 'Brad Ks'는 '문제해결의 출발은 "모든 프로스포츠는 팬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그냥 취미일뿐이다" 여기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고 모든 선수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절대 해결 불가능할 것이다. 누가 그랬다.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에서 우리들이 즐길거리들은 차고 넘친다. 굳이 야구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아이디 '안도빈'은 '문제는 야구 프라이드가 무너진 게 아닌가 싶다. 야구는 구단의 역사와 전통 이야기가 이어지며 대를 이어 응원하는 스포츠 종목이다. 그래서 응원하는 팀에 대한 프라이드가 상당히 강한 종목이다. 86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야구를 응원하는 찐팬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매번 욕하면서 희망을 품는다.'

아이디 '취미이동설'은 '어느 종목이나 사건사고는 있다. 하지만 야구가 유독 욕을 먹게 되는 건 팬들이 많아서이다. 다른 종목의 사건사고가 이슈가 덜 되는 건 팬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서이다. 단순하다. 결국 팬들이 만들어준 이미지를 팬들 무시하면서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 연봉이 올라가는 이유가 뭔가. 야구장 오는 팬들의 관심이 있어서다. 그 선수 응원하고 10~20만원 써가며 특정선수 유니폼 구매하고 특정구단 굿즈 구매하고 하니 연봉이 오르는 거다. 팬들이 만들어 주는거다. 팬서비스 최악인데 야구가 다시 살아날 일 없다. 솔직히 지금도 응원하는 사람들 단순 의리로 그리고 별다른 응원하는 것이 없어서 보는 것 뿐이다.'

혼란스럽고, 길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 가장 좋은 해결법.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프로야구의 기본, 팬들 품이다.

▶진짜 문제는 실천 의지

팬들의 의견은 거침없었다. 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부족했던 기준을 꼬집었다. 실력에 비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연봉,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고도 대충 무마하려는 구단과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KBO. 자정노력이 사라진 리그에서 반복되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에 대한 질타. 끝이 없다.

해결의지마저 보이지는 않는 지난 시간들을 보면서 현재도, 미래도, 희망이 희미해져 간다고 말한다.

KBO와 10개 구단이 해결책을 모를 리 없다.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며 행동을 미룬 것이 오늘날의 고질을 키웠다. 800만 관중 성과에 1000만 관중 기대라는 장밋빛 청사진에 가려진 KBO리그의 문제점은 이번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팬들의 분노가 큰 것은 그만큼 기대도 컸기 때문이다. 분노가 무관심으로 바뀌기 전에 야구계는 행동에 나서야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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