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준의 빅리그 데뷔 첫 홈런 세리머니.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외야 전 포지션에 키스톤 콤비까지. 팀에서 필요로 하는 포지션이라면 어디든 간다. 야탑고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의 운명도 엇갈리고 있다.
박효준(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피츠버그의 복덩이로 떠오르고 있다. 데릭 셸튼 감독의 의중에 따라 다양한 포지션에 두루 기용되면서도 매서운 타격감만은 잃지 않는다.
피츠버그 이적 후 첫 경기였던 지난 8월 2일, 박효준은 유격수로 기용됐다. 하지만 이후 4경기에선 우익수와 중견수, 좌익수 등 외야로만 뛰었다. 그러다 3경기는 유격수와 2루수로 출전했고, 12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엔 다시 좌익수로 나섰다.
고교 시절 박효준은 1년 선배 김하성을 3루로 밀어낼만큼 초고교급 유격수였다. 미국진출 이후에도 2루와 유격수를 주로 맡았다. 양키스가 박효준이 연일 트리플A에서 맹활약을 펼침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이유다. 이미 DJ 르메이휴, 글레이버 토레스에 뒤를 받치는 루그네드 오도어 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
하지만 박효준이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외야로 발을 넓힌 것은 신의 한수가 됐다. 내외야 전포지션을 커버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거듭나면서, 박효준의 매서운 타격과 빠른 발이 빛을 발하고 있다..
박효준은 피츠버그 이적 후 9경기에서 타율 2할8푼1리(32타수 9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824를 기록중이다. 거포 잠재력은 부족하지만, 트리플A 시절에도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쏟아내며 리그내 장타율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한 바 있다. 공격력을 갖춘 타자가 어디든 빈 자리가 나는 대로 뛸 수 있으니 피츠버그 입장에선 좋다.
박효준과 비슷한 스타일로 빅리그에서 살아남다가 주전 자리를 거머쥔 선수로 한국계 메이저리거인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있다. 에드먼의 주포지션도 2루다. 하지만 에드먼이 첫 콜업됐을 당시 세인트루이스의 키스톤 콤비는 콜튼 웡과 폴 데용이었다. 에드먼은 대수비는 물론 3루와 외야까지 커버하는 스위치 히터로 빅리그에 살아남았고, 지난 겨울 웡이 밀워키 브루어스로 떠나자 마침내 주전 2루수를 꿰찼다.
박효준과 에드먼의 사례를 김하성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김하성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이크 크로넨워스-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매니 마차도의 내야가 갖춰진 샌디에이고에 입단했다. 내야 전포지션을 커버하는 유틸리티 능력을 지녔지만, 타티스 주니어의 외야 전향이 유력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리가 없다. 샌디에이고는 애덤 프레지어를 영입했다.
이후 샌디에이고는 좌완 선발을 상대로도 프레지어-크로넨워스 라인업을 기용하고 있다. 김하성이 시즌 타율 2할1푼, OPS 0.632에 불과할 만큼 타격에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미국행을 앞두고 "외야로 나간다는 생각은 아직 하지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자신감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박효준도 언제든 자신의 확고한 포지션을 확보할 날이 있을 것이다. 명품 유틸리티 능력은 그 전에도 박효준의 빅리그 한 자리를 보장하는 귀중한 재산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