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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끝나기도 전에…' 더이상 자비는 없다...원스트라이크 아웃 신호탄 왜?[SC포커스]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8-12 01:19

수정 2021-08-12 06:14

'경찰 조사 끝나기도 전에…' 더이상 자비는 없다...원스트라이크 아웃 …
2021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1루 롯데 손아섭의 타구를 키움 우익수 송우현이 잡아내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7.01/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속전속결, 자비는 없었다.



잇단 음주 일탈로 궁지에 몰린 키움 히어로즈가 칼을 빼들었다.

키움은 11일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외야수 송우현(25)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송우현은 지난 8일 오후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키움 구단은 결과를 기다리지 않았다. 곧바로 방출이었다.

키움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소속 선수 2명이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팬들께 실망을 안겨 드린 데 이어 다시 당 구단 소속 선수가 음주운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클린베이스볼 실천, 윤리 의식 강화 등을 위해 선수단 관련 교육을 더욱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행보다.

경찰 조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전광석화 처럼 결론을 내린 셈이기 때문이다. 선수 측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대리운전을 불렀고, 운전을 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키움은 그 당시 "경찰은 송우현의 차량이 전봇대 및 킥보드를 치고 지나가 신고를 받았다고 했다. 다만, 차량에 접촉 사고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아서 블랙박스 및 주변 CCTV 등 일단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찰은 송우현 차량의 블랙박스를 수거해 송우현이 주차 등 차량 운행을 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키움 측은 당시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구체적인 경위는 조사 완료 후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단 측이 이미 송우현의 음주운전 사실을 확인했거나, 몰의를 일으킨 결과 자체에 대해 정상 참작 없는 단호한 조치를 취한 셈.

그동안 음주운전이 적발된 선수에게는 사고 유무와 사안의 경중에 따라 임의탈퇴나 출전정지 등의 내부 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강도는 높지만 충분한 자숙기간과 반성의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내려진 징계였다. 지난 2014년 삼성 외야수 정형식이 임의탈퇴 후 복귀하지 못했지만 이는 구단에 사건을 숨긴 탓에 내려진 중징계였다.

2019년 초 음주운전이 적발된 윤대영(현 NC 윤형준)에게 당시 소속팀 LG는 임의탈퇴 처분을 내렸다. 같은 해 음주 운전을 한 강승호(현 두산)에 대해 당시 소속팀 SK도 임의탈퇴 조치를 취했다. 복귀까지 1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구단에 자진신고 한 선수에 대해 웨이버 공시를 한 경우는 송우현이 처음이다.

2020년 초 자발적으로 구단에 신고한 삼성 최충연은 KBO 징계 50경기 출전정지에 더해 100경기 출전정지라는 구단 중징계와 벌금을 받았다.

가뜩이나 사회적으로 엄해진 음주운전에 대한 무관용 분위기. 여기에 최근 벌어진 심각한 팀 내 일탈행위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사고를 친 데 대한 괘씸죄가 더해졌다.

레전드 투수 출신 송진우 독립야구단 감독 아들인 송우현은 북일고를 졸업한 뒤 2015년 2차 6라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경찰청 군 복무를 마친 뒤 올 시즌부터 본격적인 포텐을 터뜨리려던 스물 다섯의 청년 외야수.

최악의 타이밍에 음주 운전 혐의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졸지에 야구인생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송우현은 올시즌 키움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며 69경기 0.296의 타율과 3홈런 42타점, 34득점을 기록중이었다.

경찰 조사가 끝나기 전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송우현 방출 조치.

선수의 일탈 행위로 인해 이미지가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구단들에게 더 이상 관용은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신호탄이었다. 앞으로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선수에게는 가혹할 정도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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