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류현진. USA투데이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토론토 입단 이래 최악의 피칭을 펼쳤다. 팀 타선의 대폭발로 가까스로 패배는 피했다.
류현진은 9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 전에 선발 등판, 3⅔이닝 10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투구수는 76개. 평균자책점은 3.22에서 3.62까지 치솟았다.
3⅔이닝은 올시즌 개인 최소 타이, 7실점과 10안타는 최다 타이, 7자책은 올시즌 최다였다. 조지 스프링어의 역전 3점 홈런 덕분에 가까스로 패전을 면했을 뿐이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11승6패로 아메리칸리그(AL) 다승 선두를 질주 중이었다. 이날 승리했다면 AL 다승 단독 선두로 올라설 기회였다. 보스턴은 앞선 2경기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2경기 13이닝 무득점을 기록중이었다.
칼을 갈고 나온 보스턴 타선은 달랐다. 류현진이 7자책을 기록한 건 토론토 입단 후 처음이다. 6월 5일 휴스턴 애스트로스 전 때는 5⅔이닝 7실점(6자책)이었다. LA 다저스 시절인 2019년 8월 3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4⅔이닝 10안타 7실점) 이후 710일만이다.
류현진은 다승과 평균자책점도 훌륭하지만, KBO리그 시절부터 이닝 소화에 강점이 있는 투수다.
'부상 없이' 4회를 마치지 못한 건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야한다. 올해 4월 26일 탬파베이 레이스전(3⅔이닝), 2019년 4월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1⅔이닝 2실점), 2018년 5월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1⅓이닝 무실점) 모두 부상으로 인한 조기 강판이었다.
난조와 부진으로 인해 4회를 채우지 못한 건 2018년 4월 3일 애리조나전(3⅔이닝 3실점) 이후 무려 1224일 만이다. 이날 보스턴 전은 그만큼 이례적이었다.
1회초만 3자 범퇴였을 뿐, 매이닝 위기가 거듭된 끝에 무려 7실점을 기록했다. 2회초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의 실책성 수비 한 차례를 제외하면, 토론토 수비진은 류현진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스프링어는 수차례 깊은 타구를 건져올리며 든든하게 류현진의 뒤를 지켰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도 1루쪽 낮은 뜬공을 처리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구리엘 주니어조차도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성 타구를 단타로 끊어냈고, 멋진 홈송구로 아슬아슬한 경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의 컨디션은 무려 9개의 하드 히트(타구 속도 95마일 이상의 잘맞은 안타)를 허용할 만큼 좋지 않았다. 그중 3회 보가츠의 안타는 무려 110.3마일(약 177.5㎞)의 배럴 타구였고, 이 포함 100마일 이상의 타구가 5개나 됐다.
제구도, 구위도 엉망이었다. 거듭된 4일 휴식 후 등판이 악수로 작용했다. 직구는 최고 91마일, 평균 89마일로 구속 자체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총체적 제구가 흔들리며 포심과 체인지업, 커터, 커브 등 이날 구사한 모든 구종이 안타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9이닝당 7.76점의 득점 지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이날도 토론토 타선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2-7로 끌려가던 5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투런포로 따라붙었고, 4-8로 뒤지던 7회 2점을 만회한데 이어 8회 조지 스프링어의 역전 3점포로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류현진의 패배는 지워졌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