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이동은 물론 경기 중에도 틈날 때마다 동료, 후배들과 대화를 나눴다.
공교롭게도 김현수의 입이 바빠질 때마다 김경문호는 승리 찬가를 불렀다. 도미니카공화국전 9회말 끝내기 승리 때도, 이스라엘전 7회말 콜드승 때도 '현수형의 입'이 빛을 발했다. 도미니카전 동점 적시타의 주역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는 "(김)현수 선배님이 투수가 바뀔 때마다 외야수를 불러모아 '한번은 무조건 기회가 온다, 그때 잡으면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함께 모여 이야기한 외야수들이 모두 안타를 쳐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전에서 4안타를 몰아치며 반등한 강백호(22·KT 위즈)는 "현수형이 '부담은 선배가 짊어질 테니 후배들은 부담 갖지 말고 자신을 믿고 하라'고 하셔서 압박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지환(31·LG) 역시 "(미국-도미니카전 뒤) 현수형이 '투수들 좀 도와주자. 잘 던지고 있으니 타자들이 조금만 더 잘 치면 된다. 찬스 때 집중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타격 반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주장은 모든 선수가 부담스러워 하는 자리다. 팀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영예만 있을 뿐, 코치진과 선수단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분위기를 다잡는 것 뿐만 아니라 개인 성적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김현수는 이번 대회에서 말과 행동으로 주장의 품격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