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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딥톡]엄포만 놓고 제재는 못한다, 허약한 일본의 민낯

박상경 기자

입력 2021-07-24 21:12

수정 2021-07-25 06:00

엄포만 놓고 제재는 못한다, 허약한 일본의 민낯
AFP연합뉴스

[도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말만 요란할 뿐, 정작 실행하질 못한다.



도쿄올림픽이 한창인 일본 현지의 풍경이 그렇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매일 방역 규정 준수를 강조하면서 위반 시 경고 및 자격 정지, 심지어 추방까지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휴대폰의 GPS 기능을 통해 동선 추적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대회 개막을 전후해 숱한 위반 사례가 접수되고 있음에도 정작 이런 처분을 받았다는 말이나 보도는 듣지 못했다.

구멍 뚫린 방역 현장은 멀리 갈 필요 없이 호텔부터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머무는 도쿄 신주쿠의 한 호텔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등 각국 방송, 취재진이 머물고 있다. 하지만 입국 당시 일본 정부에 서약한 자가 격리 규칙을 준수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대부분 마스크는 착용하고 있지만, 외출 금지 규정을 지키는 이는 드물다. 호텔 뒷문을 통해 무리 지어 외출했다가 들어오는 경우는 예사. 심지어 다른 호텔에 투숙 중인 이가 동료를 보겠다며 맥주 등을 들고 놀러오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앞서 도착한 국내 취재진이 지적한 '15분 내 왕복 규정 미준수'도 여전하다. 로비 입구에 전자시계와 인명부가 놓여 있고, 이를 확인하는 관계자가 있으나, 제대로 시간을 적는지, 제때 도착하는지 확인하는 일은 없다. 위반 사례와 방역 허점이 계속 지적되자 대회 개막일인 지난 23일부터는 취재진의 대회 등록번호를 적도록 했지만, 이 번호를 제대로 적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없다. 대부분의 절차가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실정이다.

그러나 번호를 적어놓고도 귀가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하다. 24일 만난 호텔 경비 직원은 저녁 외출 시간만 적혀 있고 복귀 시간이 없는 칸을 가리키며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중국인 기자"라며 "호텔 직원과 의견을 나누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호텔에서 만난 국적을 밝히길 거부한 서구권 취재진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외출을 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고 말했다. GPS 추적에 대한 우려를 두고는 "휴대폰을 확인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한 뒤 호텔 밖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일본 내에선 대회 연기와 코로나19로 자원봉사자가 대거 이탈한 가운데 조직위가 규정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해외 관계자들은 일본 정부와 조직위 '권고'에 따라 자국에서 백신 접종뿐만 아니라 두 차례 PCR 검사까지 완료한 마당에 과도한 규제를 한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일각에선 해외 입국 관계자보다 일본 국내 감염자가 더 많은 현실을 들며 일본 특유의 '외국인 배척 문화'가 이번 대회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과도한 규정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이를 실행하지 않는 일본의 모습은 결국 국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일본은 그동안 '규정을 철두철미하게 준수하는 정직한 일본인'이라는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어필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일본은 휴지 조각이 된 규정조차 바로 세울 힘이 없는 무기력함 그 자체다. 이번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과연 세계인은 일본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도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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