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이 한창인 일본 현지의 풍경이 그렇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매일 방역 규정 준수를 강조하면서 위반 시 경고 및 자격 정지, 심지어 추방까지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휴대폰의 GPS 기능을 통해 동선 추적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대회 개막을 전후해 숱한 위반 사례가 접수되고 있음에도 정작 이런 처분을 받았다는 말이나 보도는 듣지 못했다.
구멍 뚫린 방역 현장은 멀리 갈 필요 없이 호텔부터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머무는 도쿄 신주쿠의 한 호텔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등 각국 방송, 취재진이 머물고 있다. 하지만 입국 당시 일본 정부에 서약한 자가 격리 규칙을 준수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대부분 마스크는 착용하고 있지만, 외출 금지 규정을 지키는 이는 드물다. 호텔 뒷문을 통해 무리 지어 외출했다가 들어오는 경우는 예사. 심지어 다른 호텔에 투숙 중인 이가 동료를 보겠다며 맥주 등을 들고 놀러오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번호를 적어놓고도 귀가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하다. 24일 만난 호텔 경비 직원은 저녁 외출 시간만 적혀 있고 복귀 시간이 없는 칸을 가리키며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중국인 기자"라며 "호텔 직원과 의견을 나누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호텔에서 만난 국적을 밝히길 거부한 서구권 취재진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외출을 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고 말했다. GPS 추적에 대한 우려를 두고는 "휴대폰을 확인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한 뒤 호텔 밖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