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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바보' 언제까지 봐야 하나, 오타니 좀 보고 배워라[SC시선]

박상경 기자

입력 2021-07-20 09:16

'야구 바보' 언제까지 봐야 하나, 오타니 좀 보고 배워라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파도 파도 끝이 없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리그 중단 사태가 촉발시킨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원정 숙소에서 부적절한 모임을 가진 선수들이 방역 당국의 역학 조사에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나 고발 조치되고, 경찰 조사까지 받는 부끄러운 일이 이어지고 있다. '별들의 잔치'인 올스타전 개최마저 불투명하고, 다가오는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대표팀 분위기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초상집이 따로 없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번 사건의 과정을 짚어보면, 선수들의 의식 부재가 아쉽다. 경기 준비에 집중해도 시원찮을 원정 숙소에서 평소 알던 지인이라는 이유로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졌다. 은퇴 선수는 몇 년 전 사적으로 한 두 차례 연락을 주고 받았던 외부인에게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았다는 이유로 친정팀 원정 숙소까지 찾아가 후배들을 불러냈다. 다른 지역에서 타팀과 경기를 마친 선수는 한밤중에 택시를 잡아 타고 수십㎞를 달려 음주를 즐기다 새벽녘이 돼서야 숙소로 복귀했다.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일각에선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잠잠했을 일'이라는 말도 들린다. 경기장 안에선 선수지만, 바깥에선 음주나 만남 모두 '사적 영역'이다. 구단에서 이를 관여할 만한 장치나 권리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선수들은 '개인사업자' 이전에 '피고용자'다. '고용주'인 구단이 이들에게 수 천만원에서 억대 연봉을 주는 것은 최상의 경기력이라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원정 숙소, 식사, 각종 훈련 장비 및 장소 제공 모두 이런 고용 관계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원정 숙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엄밀하게 보면 계약 신의에 반하는 행위다.

'인성 교육 부재'도 거론된다. 초중고 시절부터 이기는 야구에 맞춰진 육성, '공부하는 선수' 기조 속에서도 결국은 결과-성적으로 프로행을 평가 받는 환경이 결국 선수들에게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프로에서도 같은 문제로 골치를 썩는다는 것. 그러나 인성 함양을 외부의 잘못으로 돌리는 게 과연 맞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프로'라는 타이틀은 곧 '사회인'이 됨을 뜻한다. 사회인이라면 스스로 몸가짐이나 직무에 대한 의식을 갖추고,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수 년간 프로 생활을 하면서도 사고방식이 '학생 시절'에 머물러 있다면, 그건 본인 스스로의 인성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업체인 구단, 프런트에 학교나 학생 주임 노릇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선수들의 눈은 온통 야구에 맞춰져 있다. 연봉에 걸맞은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들에게 주어지는 돈엔 오로지 '야구'만 포함된 게 아니다. 구단이 팬들의 성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팬 서비스부터 사회 모범이 될 수 있는 행동가짐 등 보이지 않는 조건들이 빼곡하다. 이럼에도 선수들은 그동안 '경기력 방해', '루틴' 등을 이유로 팬서비스에 소홀했다. 질타를 받을 때만 반짝하다 이내 원래대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선수들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선수협은 다방면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침묵을 이어가는 이번 사태에서 드러나듯 결국 '이익 대변 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곳에 롤모델이 있다.

일본 프로야구를 넘어 미국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다. 오타니 역시 국내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유년 시절 야구에 온통 포커스를 맞췄다. 하지만 방향은 달랐다. 메이저리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인생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했다. 적극적인 팬 서비스, "아직 멀었다"며 시민상을 고사하는 품격 등 미담이 넘친다. 경색된 한-일 관계 속에서도 국내 팬들이 오타니 만큼은 존경과 지지를 보내는 이유다. '품격 있는 프로'는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

'야구만 잘하면 OK'라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야구라는 산업을 지탱하는 팬, 우리 사회에서 품격 없는 프로가 설 자리는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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