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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경기장 바깥에도 있다, 일말의 여지도 줘선 안된다[도쿄올림픽]

박상경 기자

입력 2021-07-19 22:00

수정 2021-07-20 06:10

적은 경기장 바깥에도 있다, 일말의 여지도 줘선 안된다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말 많고 탈 많은 도쿄올림픽.



어느덧 개막을 앞둔 이번 대회 최대 하이라이트는 야구다. 개최국 일본에게 야구는 국기(國技)를 넘어 혼(魂)이 담긴 결정체다. 대회 열기가 고조된 중후반부에 야구 일정을 넣은 것이나, 자칭 '부흥의 상징'인 후쿠시마까지 가서 개막전을 치르는 것만 봐도 이들의 시각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런 기대감의 이면엔 콤플렉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 5번의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2008 베이징 대회에선 라이벌 한국에 패해 노메달에 그쳤다. 그 한을 안방에서 풀겠다는 각오.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 대표팀 애칭)의 최대 라이벌로 꼽힌 김경문호를 향한 시선도 대회가 임박할수록 크게 쏠릴 수밖에 없다.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 대표팀 감독은 "한국을 넘지 못한다면 금메달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할 정도다.

겉으로는 한국 야구를 내려다보고 있지만, 속내는 불안과 걱정의 연속이다. 그럴 만도 하다. 한국 야구의 국제무대 환희엔 언제나 '극일(克日·일본을 넘는다)'의 역사가 뒤따랐다. 올림픽,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프리미어12,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면서 한국 야구의 기상을 떨쳤다. 이런 한국 야구를 향한 일본의 시샘은 자국에서 펼쳐질 이번 대회에서 극에 달할 것이 분명하다.

애초부터 호의적인 시선을 기대할 수 없는 대회였다. 그런데 현지 분위기가 생각보다 더 심상치 않다. 곳곳에서 '한국 때리기'가 펼쳐지고 있다. 올림픽 선수촌 숙소에 내건 결의를 다진 현수막 문구를 트집 잡더니, 우익 단체가 확성기를 들고 나타나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흔드는 추태를 부렸다. 대한체육회가 국내에서 공수한 식자재와 현지 조달 가능한 음식으로 자체 도시락을 만들어 선수단에 배부하는 것을 두고도 일본 자민당 의원이 '후쿠시마의 마음을 짓밟는다'며 생트집을 잡았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풀 의지가 없는 일본 정치계, 우경화를 부추기는 넷우익(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극우 성향 유저)들의 합작품이다.

이런 분위기를 볼 때 김경문호는 이번 대회 내내 그라운드 안팎에서 적잖은 스트레스가 예상된다. 경기장 안에선 상대국과 싸우지만, 바깥에선 '매의 눈'으로 트집거리를 찾는 일본 현지 언론, 넷우익들의 시선과도 대치해야 한다. 특히 현지 입국부터 출국 순간까지 2주 남짓한 시간 내내 일거수일투족이 이들의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경기력이나 인터뷰 내용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바깥에서의 행동, 현지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허점이 보이면 이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해 숙소-호텔로 제한되는 버블 형식의 일정이지만, 이유 불문한 한국 때리기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최근 KBO리그는 40년 역사상 가장 엄중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부 선수들의 도 넘은 일탈이 리그 근간을 흔들고 있다. 그 후폭풍이 지금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대표팀 구성원 뿐만 아니라 야구계 모두가 알고 있다. 세계인의 눈이 쏠리는 올림픽, 그것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을 도쿄 생활 중 생각 없는 순간의 행동은 개인뿐만 아니라 팀, 나아가 한국 선수단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선수들은 항상 대표팀을 논할 때마다 "영예롭다"는 말을 붙여왔다. 이번 대회만큼은 태극기를 짊어지고 싸우는 자세를 제대로 가슴에 새겨야 한다. 논란 속에 출항하지만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야구 대표팀은 적진에서 일말의 여지도 줘선 안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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