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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승환' 대표팀 논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SC이슈포커스]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7-19 17:44

수정 2021-07-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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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승환' 대표팀 논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대한민국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훈련이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했다. 오승환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7.18/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의 대표팀 추가 발탁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비판적 견해는 2015년 원정 도박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전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징계를 다 받았고, 국가대표 발탁 금지 기간인 형 확정 후 2년도 지났지만 신성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에게 도덕적 흠결이 있는 과거가 있으면 안된다는 요지.

평생 따라다닐 수 밖에 없는 꼬리표. 시간을 돌려 그 때 그 사건 자체를 비판한다면 감수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오승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논란은 살짝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애당초 지난 3월19일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사전 등록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다면 다시 부도덕한 선수로 소환될 일 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오승환으로선 4년 전인 2017년 3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도박 사건 후 불과 1년 여 후인 2017년 초, 징계 중이던 오승환은 우여곡절 끝에 WBC 대표팀에 최종 발탁된다. 이 당시 김인식 감독의 오승환 선발 여부를 놓고 찬반 양론이 뜨거웠다. 한동안 '속죄투' 논란이 이어졌다.

대표팀 주축 투수들이 수술이나 부상 등으로 대거 이탈하면서 현실적으로 오승환의 구원 손길이 절실했다.

KBO 복귀 시 시즌의 절반인 72경기 출전 금지를 받아야 하는 오승환의 대표팀 발탁은 아이러니 했다. KBO 경기에 출전자격이 없는 선수가 대표팀으로 뛴다는 사실에 대한 해석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 했다.

개인 오승환에게도 대표팀 합류는 손해였다.

FA 시즌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 조절이 중요했던 시점. 당시 빅리그 불펜 랭킹 9위로 꼽히던 특급 현역 메이저리거로서 오승환은 아무런 개인적 이득이 없음에도 군말 없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최선을 다해 태극마크를 빛냈다. 비록 한국은 1라운드에서 1승2패로 광속 탈락했지만 오승환 만큼은 강력한 구위로 무너진 한국 마운드의 자존심을 지켰다. 필요하니 오라고 해서 갔고, 최선을 다했다. 그 뿐이었다.

이 대회 출전은 실제 오승환에게 독이 됐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였던 2016년 세인트루이스 뒷문을 맡아 6승3패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 WHIP 0.92로 눈부신 활약을 했던 오승환은 이듬해인 2017년 성적이 뚝 떨어진다. 빅리그 진출 후 가장 좋지 못했던 평균자책점 4.10, WHIP 1.40의 기록. WBC에 출전하느라 시즌 전 준비에 차질을 빚은 탓이었다. 물론 토론토로 팀을 옮기며 돈 손해도 감수해야 했다.

해외진출 당시 벌어졌던 사건. 5년 후인 KBO 리그 복귀 당시 오승환은 시즌의 절반인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뒤늦게 소화해야 했다. 한국이 원해 차출한 WBC 대표팀 참가로 깎아준 징계는 단 1경기도 없었다.

불혹의 2021년. 김태균 정근우 등 동기생들이 줄줄이 은퇴하는 가운데서도 오승환은 건재한 모습으로 전반기 구원왕에 올랐다. 지난 5년 간 하위권을 맴돌던 소속팀도 상위권으로 반등했다.

몸 관리를 하며 후반기 대도약을 준비하던 오승환에게 4년 만에 대표팀 추가 발탁 통보가 떨어졌다. 대구에서 부랴부랴 짐을 싸 급히 상경했다. 18일 훈련 이틀째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자신의 대표팀 유니폼도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료 후배들의 큰 박수와 함께 대표팀 일원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대표팀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건 6년 전 '그 때 그 사건'의 재소환, 냉소와 비난의 시선 뿐이었다.

이번 대표팀 발탁도 불혹의 오승환에게는 크게 도움될 만한 개인적 이득은 없다. 그저 평소 승부욕과 사명감 대로 절체절명의 순간, 승리를 지키기 위해 무표정한 얼굴로 마운드에 오를 뿐이다.

또 한번의 논란 속에 오승환은 자신을 뽑아준 코칭스태프에게 본의 아니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판을 뒤흔들고 있는 호텔방 음주사건 파문이 아니었다면 과연 오승환에게 이 정도로 가혹한 비난이 퍼부어졌을까.

어쩌면 2017년 대표팀 발탁이 잘못 꿰어진 첫 단추였는지도 모른다. 징계도 소화하기 전에 이미 대표팀으로 뛴 선수. 징계를 마친 현재 문제를 삼기엔 살짝 어색해져 버렸다. '지금은 틀리다'고 말할 명분은 사라져 버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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