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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캠프인가요?"…외면받고, 멈추고, 상처 받는 퓨처스 [SC리포트]

이종서 기자

입력 2021-07-15 12:24

수정 2021-07-15 16:00

"또 캠프인가요?"…외면받고, 멈추고, 상처 받는 퓨처스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멈춰버린 KBO리그의 시계. 한 번이 간절했던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기회는 더욱 줄었다.



KBO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13일부터 18일까지 예정돼 있던 전반기 경기를 모두 순연했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에서 각각 3명, 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백신 접종 선수를 제외하고 당시 1군 엔트리 등록 선수단이 모두 자가 격리에 들어가 정상적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1군 경기 취소와 함께 13일부터 21일까지 편성돼 있던 퓨처스리그 경기도 함께 취소됐다. 선수 이동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혹시 모를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1군 경기의 경우 추후 편성이 예정돼 있지만, 퓨처스리그 경기가 취소된 경우 특별히 재편성은 없다. 실전 경기에서 뛰면서 눈도장을 받아야 하는 퓨처스 선수에게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NC와 두산 선수들의 허탈함은 더했다. KBO는 지난 3월 코로나19 통합 매뉴얼을 작성하면서 '구단 내 확진자가 나와도 자가격리 대상자를 제외한 대체 선수로 중단 없이 운영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는 이사회에서 "향후 구단 당 1군 엔트리 기준 선수(코칭스태프 제외) 50% 이상이 확진 및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경우 2주간 해당 경기를 순연한다"고 바뀌었다.

기존 조항대로면 NC와 두산의 경우 퓨처스리그 선수들을 대거 콜업해 6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순위 싸움이 바쁜 입장에서 한 경기가 중요하기는 했지만, 퓨처스리그 선수들은 조명을 받을 기회를 놓쳤다.

두산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다음날인 11일 2군에 있던 선수 16명에게 엔트리 등록 여부를 통보했다. 이천에서 훈련을 마친 선수단은 오후에 잠실로 이동했지만, 도로 위에서 경기가 취소됐다. 올해 상위라운드에 지명된 신인의 1군 데뷔전은 물론 2군에서 착실하게 포지션 경쟁을 준비했던 선수들의 1군 등록도 불발됐다. 방역 재점검이라는 명목이 있었지만, 리그가 순연되지 않았다면 볼 수 있었던 얼굴들이었다. 한 선수는 "아쉬운 것도 사실"이라며 허탈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1군에 한 차례도 데뷔를 못하고 팀을 떠나는 선수도 있다. 그만큼 퓨처스 선수에게 1군 등록 한 번, 출장 한 번이 절박하다"라며 "이번 기회에 올라왔다면 좋은 동기 부여가 됐을텐데, 상실감이 많이 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퓨처스리그 선수들은 경기 없이 다시 자체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30일부터 서머리그가 열리는 것이 그나마의 위안거리다. 현재 퓨처스리그에 있는 한 선수는 "다시 캠프를 시작하는 기분"이라며 짙은 아쉬움을 전했다.

지난 11일 KIA는 1군 있던 포수들이 모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각격리에 들어가면서 신인 포수 권혁경을 콜업했다. 휴식일이었던 만큼, 준비없이 올라왔지만 권혁경은 안정적으로 안방을 지키며 KIA의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 2008년에는 LG 트윈스 2군이 아마야구 최강이라고 불렸던 쿠바를 상대로 연습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이변을 만들었다. '난세 영웅'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멈춰버린 리그는 이런 기회를 함께 놓쳤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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