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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종 추가→팔 각도 조정' 류현진의 진화, 끝없는 연구의 결실[SC초점]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7-08 15:53

수정 2021-07-0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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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종 추가→팔 각도 조정' 류현진의 진화, 끝없는 연구의 결실
류현진. USA투데이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최근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 각도가 처지는 걸 발견했다. 오늘은 (팔을)세우려고 신경썼다. (그랬더니)좋은 코스로 잘 들어가더라."



올해 한국 나이 서른 다섯.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지도 어느덧 9년 차.

하지만 건재하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각)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역투, 8승(5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시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단짝 대니 잰슨의 복귀로 한층 힘을 받는 모습이었다.

서른을 넘어서면서 매년 세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토론토 이적 당시에도 '이제는 몸값을 하기 힘들 것'이란 현지 매체들의 의심이 거듭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다저스 마지막 해인 2019년 사이영상 2위에 오른데 이어 토론토 첫해인 2020년 사이영상 3위, 그리고 올해도 전반기만에 8승을 거두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했다.

류현진의 직구 구속은 시속 143~145㎞(약 90마일) 안팎이다. 빅리그는 160㎞를 넘나드는 괴물들이 즐비한 무대다. 류현진은 미국 생활 초창기 최고 95마일(약 153㎞)에 달하는 직구를 던지곤 했지만, 부상을 겪은 이후로는 150㎞대 직구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한때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마구'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여전히 류현진이 MLB 정상급 선발투수로 군림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쉬운 답변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류현진의 제구가 뛰어나다 한들, 1~2개의 치명적 구종으로 이렇게 롱런할 수 있을 리 없다.

류현진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KBO리그 시절 선배 구대성에게 전수받은 체인지업이 미국 진출 2년차부터 조금씩 간파당하자 클레이튼 커쇼(다저스) 등 팀동료들로부터 배운 커브와 고속 슬라이더를 장착했다. 이를 무기로 미국 진출 후 2013~2014년 2년간 28승을 거뒀다. 고속 슬라이더는 부상을 겪은 뒤론 쓰지 않았지만, 커브는 토론토 이적 후 삼진용 승부구로 더욱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2017년부터는 커터(컷패스트볼)를, 2018년에는 싱커성 투심 패스트볼을 차례로 장착해 특유의 능구렁이 피칭 능력을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류현진을 상징하는 구종인 체인지업 역시 마찬가지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완전히 흔든다. 보통은 땅볼, 기껏해야 내야 뜬공을 이끌어내며, 헛스윙률도 높아 탈삼진 메이커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보통 시속 128㎞. 이날은 133~134㎞ 정도로 평소보다 빨라졌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오늘은 힘이 좀더 좋았던 것 같고, 최근 몇경기 안 좋았던 경기를 보니 팔이 처지고 있어 각도를 높이려고 신경을 쓴 결과"라고 자체 분석했다. 이날 류현진은 매이닝 끝날 때마다 자신의 피칭 분석을 담은 태블릿PC를 들여다보며 스스로의 투구폼과 공의 무브먼트, 제구 등을 면밀히 체크했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2014년, 2019년에 이어 개인통산 3번째 전반기 8승을 달성, 지난 6월(2승2패 평균자책점 4.88)의 부진을 딛고 건재를 뽐냈다. 이날 경기는 올시즌 최다 타이이자 5번째 7탈삼진 경기였다. 이닝보다 많은 삼진을 잡은 건 5월 29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5이닝 6탈삼진) 이후 처음이었다.

류현진은 최근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부정투구'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류현진은 심판의 검사 요구에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답했다. 게릿 콜(뉴욕 양키스), 트레버 바우어(LA다저스) 등 의심받는 주요 선수들과 달리 회전수에 큰 변화가 없어 '청정 투수'로 분류되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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