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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슈]'퇴장→주심 밀치기' 징계 불사한 김원형 감독의 절실한 분노, 뜨거웠던 '생일 전야'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7-05 08:19

수정 2021-07-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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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주심 밀치기' 징계 불사한 김원형 감독의 절실한 분노, 뜨거웠던 …
SSG 김원형 감독이 볼 판정에 어필하다 퇴장을 당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7.04/

[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그라운드에 머문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심판의 몸에 손을 대는 '액션'은 강렬했다. 향후 KBO의 조치가 예상된다.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4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 9회초, 심판 판정에 격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올시즌 첫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에겐 1호 퇴장이다.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 감독으로는 4번째, 선수를 포함하면 13번째 퇴장 사례가 됐다.

4-4로 맞선 9회초, SSG는 마무리 서진용을 올렸다. 하지만 볼넷과 수비 실책이 겹쳐 1사 1,3루가 됐고, 다음 타자 정훈에게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서진용은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승부구가 잇따라 볼로 판정되자 펄쩍 뛰며 아쉬워했다. 날카로운 제구였지만, 주심은 공이 다소 낮았다고 봤다.

화가 난 것은 서진용만이 아니었다. 끓어오르는 표정으로 김성철 주심을 주시하던 김 감독은 이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격하게 항의했다.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주심의 고유 권한이자 성역이다. 선수도, 감독도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 비디오 판독의 대상도 아니다. KBO 야구 규칙상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고 선수가 수비위치 또는 베이스를 이탈하거나, 감독이나 코치가 벤치 또는 코치석을 떠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가오면 경기에서 퇴장시킨다'고 명시돼있다.

김 감독이 이를 모를리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성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주심에게 다가갔고, 주심은 항의 의도(볼 판정)를 확인한 뒤 퇴장 명령을 내렸다.

예상치 못한 사태는 이때 벌어졌다. 퇴장 명령에도 항의를 이어가던 김 감독이 분노를 터뜨리며 주심을 두 팔로 밀친 것. 종목을 막론하고 심판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은 금기다. 김 감독은 거듭 항의를 쏟아낸 후 그대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SSG는 앞서 2경기에서 모두 연장전 끝에 1점차 패배를 당했다. 이날마저 패하면 3연패가 되는 상황. 연장전에 준하는 3시간 57분짜리 경기였다. 평소 온화하고 차분한 성정으로 이름난 김 감독의 분노는 절실하게까지 보였다.

하물며 롯데와의 경기는 정용진 SSG 구단주가 '전쟁'을 선포한 유통 라이벌전이고, SSG는 전력으로 보나 순위로 보나 롯데보다 강팀으로 분류된다. 그런 맞대결에서 이틀 연속 역전패를 당하며 루징시리즈를 당할 위기였다.

이날 현장에는 인천을 뒤덮은 먹구름과 안개비 속에도 SSG랜더스필드를 찾은 4288명의 야구팬이 있었다. 굳이 그 앞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아니다.

더구나 심판과의 신체 접촉은 '과했다'는 평을 피하기 어렵다. 감독이 퇴장당했다고 해서 반드시 징계를 받진 않는다. 향후 KBO 상벌위원회를 통해 경기 감독관과 심판, 김 감독의 소명을 듣고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항의의 명목도 '볼 판정'인데다, 심판에게 손을 댄 이상 징계를 피하긴 어려워보인다.

김 감독이 스스로를 불사르는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SSG는 웃지 못했다. 안치홍의 희생플라이와 김재유의 적시타를 잇따라 내주며 4대6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최근 3연패다.

공교롭게도 5일은 김 감독의 생일이다. 김 감독으로선 생일날 SSG 출범 이래 최다인 4연패 위기는 물론 징계까지 받을 수 있는 처지가 됐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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