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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훔치고, 안타 낚아채고' 문학 외야에는 특별한 악마가 산다[인천포커스]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7-04 19:54

수정 2021-07-0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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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훔치고, 안타 낚아채고' 문학 외야에는 특별한 악마가 산다
스파이더맨 마냥 담장을 기어올라 홈런에 도전하는 수비는 최지훈의 특기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담장을 살짝 넘는 홈런에 박자를 맞춰 힘껏 내민 글러브. 그 속에 그림처럼 타구가 날아와 꽂혔다.



인천 외야는 원래 '짐승' 김강민의 보금자리다. 스피드와 타구판단, 강견까지 갖춘 수비만큼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 중견수로 꼽혔다.

문학구장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성 타구를 건져 올리거나, 누가 봐도 외야 한복판을 가르는 듯한 타구를 어느새 달려와 여유있게 잡아내는 게 김강민의 전매특허였다. 투수 못지 않은 어깨로 뿌리는 홈송구 또한 발군.

이대호-추신수와 동갑인 1982년생. 세월은 못이겨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감각으로 종종 호수비를 선보인다.

지난해부터는 최지훈이란 후계자까지 키웠다. 전성기 김강민 못지 않은 타구판단과 준족으로 사기적인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최지훈의 가치는 또한번 빛을 발했다.

2회초 롯데 한동희는 2-3으로 뒤진 가운데 선두타자로 등장, SSG 선발 이태양의 공을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넘을듯한 큼직한 타구를 날려보냈다. 하지만 공은 어느새 달려온 최지훈이 담장 앞에서 펄쩍, 점프하며 뻗은 글러브 속에 정확히 안겼다. '김강민 후계자' 최지훈이 한동희의 시즌 10호 홈런을 가로막는 순간이었다. 진심을 담아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이태양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악마'는 양팀 모두에게 공평했다. 승부를 가를 뻔했던 SSG의 결정적인 타구에 롯데도 '미친 수비'로 응수했다.

5회말 낫아웃 포함 거듭된 폭투와 사구로 만들어진 SSG의 1사 1,2루 찬스. 3-2로 앞서고 있었던 만큼,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기회였다.

노림수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로맥의 타구는 중견수 쪽 펜스를 직격할 기세로 날카롭게 날아갔다. 하필 롯데는 민병헌의 이탈 이후 중견수 수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롯데 중견수 최민재는 펜스를 의식하지 않고 공을 향해 날아올랐고, 정확하게 잡아냈다. 이어 펜스에 온몸으로 부딪치면서도 공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인천 악마'는 노력하는 자에겐 똑같은 성과로 보답했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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