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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산과 백쇼가 어제 창원 NC파크에서 한 일(feat. 구자욱)

정재근 기자

입력 2021-07-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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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산과 백쇼가 어제 창원 NC파크에서 한 일(feat. 구자욱)
9시 반 넘어서까지 마운드를 지킨 백정현. 셀카 공세에 시달린 오재일. 요정 수비로 우규민을 살린 구자욱 [창원=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아름다운 창원의 밤이었다. 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를 삼성 라이온즈가 5대2로 승리했다. 돌아온 '백쇼'(백정현+커쇼) 백정현의 7이닝 1실점 호투와 '오마산' 오재일의 스리런포 포함 4타점 맹활약이 빛났다.

SSG와의 더블헤더 포함 4연전 혈투를 치른 삼성 선수들이다. '기력이 좀 떨어지진 않았을까'라는 걱정을 두 사람의 투타 히어로가 화끈하게 지워버렸다.

오후 7시에 시작된 경기가 밤 9시 반을 넘어갔지만 백정현의 포커페이스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2-1로 앞선 7회말, 선두타자 알테어를 볼넷으로 내주며 시작된 2사 1, 3루의 실점 위기. 백정현의 101구째 공을 친 김태군의 타구가 우익수 쪽으로 날아갔다. 백정현은 타구를 흘끗 처다본 후 무심하게 로진백을 집어들었다. 그 어떤 액션도 없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백정현에게 강민호 포수가 손을 내밀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한마디, 몸 대신 말로 한 유일한 액션이다.아슬아슬한 2-1의 리드. 창원(옛 마산)만 오면 힘을 내는 '오마산' 오재일의 시간이 왔다. 5회에도 우측 담장을 때리는 1타점 적시타를 친 오재일이 8회초 2사 1, 2루 찬스를 맞았다. 그런데 투수가 상대전적 16타수 3안타 타율 0.188에 그친 임정호다.

2구째 126km 슬라이더를 받아친 오재일의 타구가 또 다시 우측으로 날아갔다. 이번엔 아예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다. NC 팬들을 침묵에 빠뜨리는 쐐기 스리런포가 터졌다.

덕아웃에서 공과 펜, 상상 휴대폰을 든 뷰캐넌이 기다렸다.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듯 정성스럽게 공에 사인을 받고 셀카를 찍는 오재일의 '찐팬' 뷰캐넌. 이젠 너무 자주 본 광경이라 덕아웃의 누구도 별다른 흥미를 안 보인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은 마운드에서만 과묵하다. 자기가 등판하는 순간이 아니면 덕아웃에서 타자들보다 훨씬 재밌게 떠드는 게 투수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백정현은 덕아웃에서도 변함없는 '2세대 돌부처'다. 심지어 오재일의 쓰리런포가 터졌을 때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승리를 확신한 김상수가 축하하는 마음에 매달리며 응석을 부렸지만 입꼬리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이날의 히어로 오재일과 백정현이 덕아웃에 나란히 앉아 덤덤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기쁨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많이 다르다. 공통점은 이날 둘 다 좀 멋있었다는 점 정도?

이 장면을 빼 놓을 수 없다. 8회말 백정현에 이어 우규민이 등판했지만 박민우의 안타와 권희동의 사구로 불안한 기운이 삼성 덕아웃에 엄습했다. 나성범과 양의지를 범타로 처리했지만 알테어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2사 1, 3루의 계속되는 위기. 노진혁의 우측 펜스 깊숙한 곳에 떨어지는 파울 플라이를 구자욱이 혼신의 질주로 잡아냈다. 야구장 가고싶게 만드는 호수비였다.

구자욱의 호수비를 본 우규민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온 몸의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다.

멋진 수비로 위기를 잠재운 구자욱을 맞이하는 덕아웃의 풍경. 구자욱이 덕아웃으로 들어오기 전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뜬금' 세리머니를 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웃었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가 즐거운 팀 분위기에 미소지었다. 몽고메리는 2016년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7차전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승리를 지켜낸 '헹가래 투수'다.

2일 창원 NC파크에서 본 삼성 라이온즈의 즐거운 풍경 끝.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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