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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스타 MC→CEO' 롯데맨 16년, 조지훈이 꿈꾸는 제2의 인생[인터뷰②]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6-29 07:36

수정 2021-07-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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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스타 MC→CEO' 롯데맨 16년, 조지훈이 꿈꾸는 제2의 인생
롯데 응원을 리드하는 조지훈 응원단장.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대학교 1학년 때 롯데 자이언츠 북잡이를 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펠릭스)호세가 우리 팀에서 뛸 때(1999년)다."



프로야구 응원단은 경기 3시간 전(홈경기 기준) 경기장에 도착한다. 현장 이벤트를 준비하고, 리허설 등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조지훈(42) 롯데 응원단장에겐 벌써 23년째 거듭된 일상이다. 1999년 프로농구(KBL) SBS 스타즈 응원단장으로 이 일을 시작했고,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를 거쳐 2006년부터 롯데에 몸담고 있다. 유니폼 뒷면에는 V3가 새겨져있다. 롯데의 KBO리그 3번째 우승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김주일(44·KT 위즈), 홍창화(41·한화) 응원단장 등과 더불어 KBO리그 응원 문화를 이끌어온 주역이다. 대학 시절 맺어진 인연이 더욱 깊어진 사이.

이들이 개척한 응원단의 입지는 2000년대 초반과는 천지차이다. 조 단장은 "응원단이 과거와 달리 당당히 팀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한편 열심히 한 보람이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정석(27·전 LG 트윈스) 응원단장이 떠난 뒤로 이범형(32·NC 다이노스) 응원단장이 10개 구단 중 최연소가 됐다. 그외 가장 어린 단장이 김정석(키움 히어로즈) 서한규(KIA·이상 37) 단장일 만큼 '베테랑' 일색이다. 하지만 마흔을 넘긴 조 단장 입장에선 '부러운' 후배들이다.

"나보다 무대에 설 날이 더 많은 친구들이 부럽다. 젊은 친구들이 많이 들어와서 나보다 더 잘됐으면 좋겠다. 응원은 젊은이들의 트렌드와 화제성이 담겨있어야 성공하기 마련이다. 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더라."

응원단장 뿐 아니라 사직구장 그라운드 MC를 겸한다.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 MC이자 2009년 설립한 응원대행사 엔터트루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응원단장' 이후 인생 제 2라운드는 쉽지 않다. 지난해 밀어닥친 코로나19 여파는 그에게 상상 이상의 타격을 입혔다. 조 단장은 "세상 일이 참 마음대로 안 된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회사가 있으니까,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상한 뒤 "코로나 상황이 조금씩 풀리고 있어 다행이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올해부턴 롯데 구단 유튜브 관리 및 다큐 제작까지 맡았다. 겨울스포츠에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고, 오랫동안 롯데에서 일해온 만큼 선수들과도 친근감이 높다. 무엇보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점을 호평받았다.

"선수들이 잘 도와준다. 경기 결과는 기존 미디어를 통해 얼마든지 접할 수 있으니까, 팬들의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을 보여주는 게 우리의 목표다. 요즘 야구가 위기라고 하는데, 저희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팬들이 많이 유입됐으면 좋겠다."

후배 응원단장을 키우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팬들의 사랑에 생각을 바꿨다. 스스로의 건강 유지에 더 힘쓰기로 결심했다. 담배도 술도 모두 끊고, 무엇보다 수면시간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아내가 신경을 많이 써준다. 아무래도 난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웃었다.

응원단에게 가장 속상하고 두려운 일은 '아군의 한숨'이다. '응원하러 사직간다'는 말은 조 단장에겐 명예지만, 골수롯데팬인 그에겐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롯데는 2008~2012년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이후 8년간 2017년 단 1번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2년이 마지막이다. 조 단장은 하루빨리 V4로 바꿀 수 있길 고대하고 있다.

"3만 관중 재현? 부산 팬들의 열정은 여전하다고 믿는다. 팬들은 야구장을 많이 찾아주시고, 선수들도 더 힘을 내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나도 열심히 돕겠다. 응원보다는 성적이 우리 팀의 자랑거리가 됐으면 좋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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