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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되다 멈춰선 투수, 고개숙인 1루수' 전쟁 속에 피어난 동업자 정신[인천포커스]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7-02 01:31

수정 2021-07-0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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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되다 멈춰선 투수, 고개숙인 1루수' 전쟁 속에 피어난 동업자 정신
2021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3회초 1사 1,2루 삼성 김헌곤이 SSG 김정빈의 투구를 몸에 맞았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김정빈이 사과를 하자 다독이는 김헌곤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7.01/

[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바닥에서 치고 올라온 상위권 두 팀. SSG와 삼성이다.



상위권 팀들 중 지난해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던 유이한 팀들이다.

확 달라진 모습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두 팀. 하위권의 중력을 떨치고 도약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인천 4연전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상위권 유지를 위한 몸부림이 고스란히 묻어있던 치열한 승부. 끝까지 접전이었다. 더블헤더 포함, 주중 4연전 마지막 경기는 끝내 연장에서 갈렸다.

삼성이 연장 10회 김상수의 결승홈런으로 8대7 케네디 스코어를 완성하며 1무2패 후 소중한 승리를 챙겼다.

경기 내내 긴장감이 가득했다. 3차례의 동점이 이뤄졌다. 양 팀 선수들은 한치도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

포연 가득한 전쟁터 같은 그라운드. 그 와중에도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매너의 꽃이었다.

SSG 선발 김정빈은 아쉽게 또 한번 조기강판 됐다. 2회까지 호투하며 5경기 만의 시즌 첫 승을 꿈꿨지만 3점을 내준 뒤 김헌곤에게 몸에 맞는 공으로 1사 만루를 허용한 뒤 교체됐다.

김정빈의 공에 왼쪽 정강이를 맞은 김헌곤은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투수 교체를 위해 올라오던 SSG 조웅천 투수코치가 잠시 들러 김헌곤의 상태를 살폈다. 마운드를 내려가던 김정빈은 1루 라인 중간에 멈춰섰다. 간신히 일어서 1루로 향하는 김헌곤 선배에게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패스트볼이 아닌 커브를 던지다 맞은 공. 조기강판에 속이 상한 상황이었음에도 김정빈은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김헌곤은 김정빈의 왼쪽 어깨를 툭 치며 격려한 뒤 1루로 향했다.

5회말에는 반대 상황이 나왔다.

김대우의 슬라이더에 선두 타자 추신수가 엉덩이 윗 부분을 맞았다.

돌아서서 출루를 준비하는 추신수에게 포수 강민호가 바로 다가가 등을 감싸며 미안해 했다. 1루에 출루한 추신수를 향해 김대우도 마운드에서 내려와 모자를 잡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추신수도 헬멧을 잡고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사과를 받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1루수 오재일도 고개를 숙이며 추신수에게 다가와 미안함을 표했다. 추신수도 오재일의 등을 감싸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미리보는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했던 양팀 간 주중 마지막 경기. 한치 양보 없는 실력 대결 속에서도 서로를 챙기는 동업자 정신이 훈훈하게 피어올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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