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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선수만 남길 수 있는 메시지' 열린 사령탑이 쓴 이적생 반전드라마[SC비하인드]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7-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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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선수만 남길 수 있는 메시지' 열린 사령탑이 쓴 이적생 반전드라…
김원형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는 추신수.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6일 창원 NC전을 앞둔 시점.



SSG 김원형 감독은 야구장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문자 한통을 받았다.

추신수였다. 문자는 극히 조심스러웠다. "이건 코치들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건데"라며 에피소드를 털어놓은 김원형 감독의 전언.

"신수가 자신이 라인업에서 빠지고 찬형이 한테 기회를 주면 어떨까요 하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더라고요. 앞으로 미래적으로 가치있는 선수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면서요."

이유가 있었다.

김찬형은 6월 안타가 없었다. SSG 이적 후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잘 하려는 마음이 조바심을 불렀다.

트레이드 상대였던 NC 정진기와 정 현은 때 마침 좋은 활약을 펼쳤다. 마음이 더 급해졌다.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바로 옆 라커를 쓰는 추신수가 후배의 표정 변화를 놓칠 리 없었다. 시애틀 시절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 속에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한 입지전적 인물. 어떤 타이밍에서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사령탑에게 간청한 이유.

열린 사고의 젊은 리더인 김원형 감독.

이 모든 상황을 훤히 꿰고 있었다. 후배를 생각하는 최고참의 순수한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흔쾌히 선수단 맏형의 청을 받아들였다. 대신 감독과 최고참 사이의 비밀로 남겼다.

이날 추신수는 실제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대신 김찬형이 2번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김찬형 기 살리기 프로젝트. 바로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오랜만의 선발 출전에 김찬형은 아쉽게 첫 두 타석을 모두 삼진으로 물러난 뒤 4회 세번째 타석 때 대타 박성한으로 교체됐다.

다음 날 NC전에서도 김찬형은 기회를 받았다. 9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또 한번 첫 두타석 연속 범타 후 세번째 타석 때 대타 최 정으로 교체됐다. 29일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는 대타로 출전했지만 삼진.

자칫 6월을 무안타로 마칠지도 모를 답답한 상황. 김찬형 본인은 물론 추신수의 속도 타들어갔다.

6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더블헤더 2차전. 선발 출전하는 김찬형을 꼭 안아줬다. 진심을 다해 좋은 결과를 빌었다. 기가 전달된걸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찬형은 2-4로 뒤진 4회 2사 후 좌중간 2루타로 4득점 역전의 물꼬를 텄다. 7-4로 앞선 8회에는 중월 솔로포로 쐐기를 박았다. 이적 후 첫 홈런이자 시즌 첫 홈런.

타구가 담장을 넘는 순간, 추신수는 자신의 일보다 기뻐했다. 덕아웃에서 겅중겅중 뛰면서 온 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자신의 출전을 희생해 가며 살리려고 애쓴 후배의 봉인해제.

추신수는 "찬형이가 트레이드 돼서 우리 팀에 오게 됐는데 백업선수로서 고충이 많았을 것이다. 매일 경기에 나가도 안타를 치기 힘든데 가끔 나가서 안타를 치기는 더 힘들 것이다. 매일 경기에 나가도 안타를 치기 힘든데 가끔 나가서 안타를 치기는 더 힘들 것"이라며 출전 기회를 주고 싶었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나도 트레이드도 돼 봤고 야구가 잘 안됐던 경험도 있어서,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속 깊은 대선배의 진심에 멋지게 화답한 김찬형도 "며칠 전부터 신수 선배님께서 '잘 칠거다,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며 정말 큰 힘을 주셨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6월 마지막 날 첫 안타를 뽑아냈던 김찬형. 그는 7월의 첫날인 1일 삼성전에 4회 2루타로 일찌감치 안타를 신고하며 추신수의 도움 속에 확 살아난 장타 감각을 이어갔다.

잘 되는 집안의 전형적인 풍경. 그 중심에 메이저리거 출신 맏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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