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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가치도 알아달라"던 간절한 호소, 난 자리가 유독 커보였던 외야 공백[SC줌인]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7-01 11:37

"수비가치도 알아달라"던 간절한 호소, 난 자리가 유독 커보였던 외야 공…
2021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2루, 삼성 중견수 박해민이 KIA 김민식의 타구를 잡으려다 미끄러지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5.21/

[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019년.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은 딱 한번 슬럼프 시즌을 보냈다. 시즌 후 0.239란 생소한 타율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일부 팬들의 도를 넘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 6년 간의 헌신이 축적된 3억 원(그나마 6000만원 삭감된 금액이었다)의 연봉을 놓고 논란까지 벌어졌다.

박해민은 자존심이 상했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 당시 인터뷰에서 "이기려면 수비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수비를 잘해도 공격을 못하면 비난을 더 많이 받는다"며 "수비 가치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부상을 빼곤 딱 하루 빠진 날. 외야에서 사달이 났다.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랜더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

1차전을 뛴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박해민도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김성윤이 중견수로, 피렐라가 좌익수로 나섰다. 김헌곤이 우익수에 배치됐다.

삼성은 1회 피렐라 오재일의 홈런포 등을 앞세워 4-2로 앞서나갔다. 2회부터 일찌감치 필승조를 가동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수비가 말썽이었다.

4회 2사 후, 외야 쪽에서 문제가 생겼다.

김찬형의 타구가 좌중간 으로 향했다. 깊었지만 체공 시간이 있어 호수비를 기대해볼 만 했던 타구. 동시에 달려간 좌익수 피렐라와 중견수 김성윤의 콜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피렐라가 포구 제스처를 취하다 마지막 순간 글러브를 살짝 뺐다. 동선이 겹치면서 시야에 방해를 받은 김성윤이 타구를 놓쳤다. 기록은 2루타였지만 아쉬운 결과였다. 이닝을 그대로 마칠 수 있었던 상황. 곧바로 최지훈의 우중간 적시 2루타가 터졌다.

끝이 아니었다.

4사구 2개가 이어지며 2사 만루. 최 정의 타구가 높게 솟구쳤다. 조명탑 보다 더 올라간 타구를 좌익수 피렐라가 시야에서 놓쳤다. 마지막 순간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공은 펜스를 맞고 떨어졌다. 펜스 앞 플라이가 싹쓸이 2루타로 변신하는 순간. 4대8 역전패의 결정적 순간이었다.

기존의 중견수 박해민, 좌익수 김헌곤이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던 아쉬운 장면.

늘 같은 자리에서 어려운 공도 쉽게 척척 잡아냈던 중견수 박해민.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그가 없는 삼성 외야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수비가치를 알아달라"고 호소했던 박해민은 올 시즌을 마친 뒤 FA가 된다. 그는 2년 전 비난받던 공격에서도 3할대 타율과 24도루로 공-수-주에 걸쳐 맹활약 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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