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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매니아', 페르난도-노모-이치로와는 차원이 다르다

노재형 기자

입력 2021-06-29 08:58

수정 2021-06-29 16:00

'오타니매니아', 페르난도-노모-이치로와는 차원이 다르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29일(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1회초 우중간 홈런포를 날린 뒤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한 선수가 그 모든 것을 다 하다니, 2021년 이곳에서 그가 보여주는 것들은 정말 감동적이다."



뉴욕 양키스 애런 분 감독이 29일(이하 한국시각) LA 에인절스와의 홈 4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를 두고 한 말이다.

분 감독은 "그는 타석에서는 엘리트 타자다. 엄청남 파워와 신중한 자세를 지녔고, 수준급의 기동력도 갖고 있어 수비수들에겐 엄청난 압박이다. 물론 마운드에서는 압도적인 파워피처"라며 칭찬을 쏟아냈다.

오타니가 마침내 '메이저리그 심장부' 양키스타디움을 밟았다. 오타니는 이날 2번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오타니가 양키스전에 출전한 것은 올시즌 처음이며, 빅리그 진출 첫 해인 2018년 5월 이후 3년여 만이다. 특히 오타니는 오는 7월 1일엔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라 이 또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오타니는 양키스 상대로 통산 4경기에 출전했는데, 모두 지명타자였다. 투수로는 처음으로 양키스 강타선을 상대하는 것이다.

뉴저지닷컴은 이날 '오타니가 마침내 브롱크스에 등장했다. 양키스 선수들조차 에인절스의 이도류에 매혹돼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양키스타디움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선제 솔로홈런을 날리며 또다시 분 감독의 감탄을 자아냈다. 시즌 26호 홈런으로 양리그 통틀어 토론토 블루제이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함께 공동 1위. 타점(60개)과 장타율(0.670), OPS(1.031)는 각각 3위다. 투수로는 11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58, 82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이른바 '오타니매니아(Ohtanimania)'다. 매니아는 '집단적 열광'이란 뜻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매니아 타이틀이 처음 붙여진 선수는 LA 다저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다. 멕시코 출신의 발렌수엘라는 1981년 13승7패, 평균자책점 2.48, 180탈삼진을 올리며 내셔널리그 신인상과 사이영상을 석권했다. 신인상과 사이영상 동시 수상은 역사상 그가 유일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개막전에서 9이닝 5안타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따내자 페르난도매니아(Fernandomania)가 불기 시작했다. 발렌수엘라는 이후 8연승을 내달렸고, 8승 가운데 무려 5경기가 완봉승이었다. 하늘을 쳐다본 뒤 투구하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발렌수엘라 야구카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LA 지역 히스패닉 팬들이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그가 등판하는 날 다저스타디움에는 아바의 '페르난도'가 울려퍼지곤 했다.

14년이 흐른 1995년 이번에는 다저스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미 대륙을 강타했다. 노모매니아(Nomomania)란 단어는 LA 타임스 마이크 다우니 기자가 처음 썼다. 노모가 1995년 5월 3일 캔들스틱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5이닝 1안타 4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것을 현장에서 보고 다음 날 작성한 기사에서다. 이후 ESPN, CNN 등 전 언론이 노모매니아를 외치기 시작했다.

노모의 바통을 이은 선수는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다. 그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동양인 타자로 기록됐다. 시애틀 구단 대주주인 일본 전자업체 닌텐도가 이치로 마케팅에 주력한 결과 시애틀은 그해 창단 25년 만에 관중 350만명을 처음 넘었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시즌 116승을 달성했다. 이치로매니아(Ichiromania)는 그해 신인상과 MVP 동시 수상으로 절정을 이뤘다.

그러나 오타니매니아는 훨씬 강력하다는 평가다. 투타에서 동시에 최정상급 기량을 뽐낸 선수는 1919년 베이브 루스 이후 없었기 때문이다. 투타 겸업 첫 MVP 탄생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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