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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부진과 추락, 그래도 한화가 걷고 있는 길은 옳다[SC시선]

박상경 기자

입력 2021-06-29 00:51

수정 2021-06-29 05:30

예견된 부진과 추락, 그래도 한화가 걷고 있는 길은 옳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8연패 속에 최하위로 추락한 한화 이글스, 침체된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최근 말수나 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부임 초기부터 유쾌하게 팀을 이끌어가던 모습과는 딴판. 팀 재건 과정에서 고난은 각오했던 부분이지만, 패배는 곧 실패를 뜻하는 프로 세계에서 수십년을 살아온 승부사이기에 최근의 부진은 스트레스를 받을 만하다. 수베로 감독을 보좌하는 외국인 코치진 역시 최근 심판 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 '연패 스트레스'가 적잖은 모습이다.

선수단 분위기도 마찬가지. 시즌 초반 흡사 '우승팀' 분위기를 연출하던 한화 더그아웃에는 어느 순간부터 웃음기가 사라졌다. 입으로는 여전히 파이팅을 외치고 있지만, 연패 기간 선수 대부분의 표정에선 초조함이 역력했다.

이런 한화의 모습은 시즌 전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다. 베테랑을 대거 정리하고 젊은 선수 위주로 새판을 짠 한화는 외국인 코치진 영입을 계기로 전면적인 리빌딩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선진 야구를 경험하고 수많은 빅리그 스타들을 육성한 외국인 코치의 역량이 한화의 젊은 선수 육성에 큰 도움을 주고, 장기적으로 팀 체질을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KBO리그 10개 구단 중 최하위 평균연령(25.8세) 및 얇은 뎁스,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확고한 주전 베테랑의 부재, 한국 야구를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 코치진 등 한화가 리빌딩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리빌딩 첫해인 올 시즌엔 지난 시즌 18연패보다 더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시즌 초반 시프트와 화끈한 타격으로 한화가 반등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기 반환점에 다다른 현재 이런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한화가 부진을 거듭하자 일각에선 리빌딩의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박정현 임종찬 유장혁 등 젊은 타자들에게 100타석 이상 기회를 보장했으나 기회를 내지 못한 부분이나, 부상-부진으로 제 몫을 못하는 외국인 선수 교체에 소극적인 움직임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장을 지원하는 프런트의 역할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프로는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청사진을 강조해도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실패다. 한화가 최근에 거둔 성과를 돌아보면 비난은 감수해야 할 타당한 지적이고 과정이다. 한화 구성원들이 분명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목소리다.

그렇다면 한화가 현재 걷고 있는 길은 과연 잘못된 방향일까.

한화는 리빌딩 선언 시점부터 줄곧 일관된 길을 걷고 있다. FA 영입, 외국인 수혈 등 외부 요인을 제외하면 내부에선 젊은 선수를 꾸준히 육성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1군을 이끄는 수베로 감독과 퓨처스(2군) 수장인 최원호 감독의 소통이 대표적. 1군-퓨처스 코치진이 정기적으로 교류하면서 미래 자원 육성 성과를 공유하고 방향을 맞춰가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신인 선수 육성을 퓨처스에 일임하면서 자신이 강조해 온 시프트, 공격적 주루 플레이를 이식시키도록 요청해왔다. 최원호 감독은 퓨처스 실전 경험과 육성을 토대로 발굴한 자원을 수베로 감독에게 추천하고, 1군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선수들의 재정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원호 감독은 "수베로 감독님이 꾸준히 퓨처스 경기를 관전하고, 1군 상황이나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퓨처스 지도자들의 의견을 경청해주는 부분도 인상적"이라며 "퓨처스 선수들도 1군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 속에 동기부여가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가 리빌딩 첫 과제로 꼽았던 '코어 선수 육성'도 이뤄지고 있다. 정은원 노시환이 한 단계 성장하며 내야 주축으로 자리 잡았고, 하주석도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마운드에선 마운드에선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합류한 김민우를 비롯해 강재민, 윤대경이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한화는 리빌딩을 선언하며 '우리만의 길'을 강조했다. 과정은 험난하지만 결과를 내기 위해 거쳐야 할 길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 리빌딩을 외친 뒤 부진한 성적이 나올 때마다 방향을 수정하고 갈피를 잡지 못했던 모습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성적과 별개로 리빌딩을 위해 걸어온 과정을 돌아보면, 예전과 같은 혼란함이나 모호함은 보이지 않는다. 리빌딩과 반등이라는 목표 지점을 향한 시선과 움직임은 현장-프런트 모두 일치한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동안 현장-프런트 합심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기 싸움을 하면서 파열음을 내던 일부 구단의 모습과는 분명 대비된다.

한화는 리빌딩을 위해 3년의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제 1년차 전반기가 채 지나지 않는 시점. 예견대로 부진하고 그 과정은 더 험난해 보인다. 지금까진 예전처럼 갈팡질팡하며 시간을 흘려보내진 않고 있다. 한화의 리빌딩과 그 방향성은 분명 좀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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