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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와 한국시리즈 가고파" 677일만의 서울행, 응원단장의 속내[인터뷰①]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6-27 13:54

수정 2021-06-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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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와 한국시리즈 가고파" 677일만의 서울행, 응원단장의 속내
조지훈 롯데 응원단장.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팬들 응원 열기가 뜨거워지면 단장이 자제를 시켜야된다. '육성 응원'이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웃픈(웃기지만 슬픈) 상황인가."



롯데만 바라본지 어느덧 16년. KBO 역사상 단일 구단에 재직한 응원단장 최장기록 1위다. 조지훈 응원단장이 이대호 못지 않은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불리는 이유다.

롯데 자이언츠가 '코로나 시대' 이후 처음으로 서울 원정 응원에 나섰다. 2019년 8월 18일 잠실 원정 이후 무려 677일만의 잠실 방문이었다. 조 단장은 "설레고 떨렸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27일 두산 전 승리 후 히어로 인터뷰에 나선 '캡틴' 전준우는 "원정경기에서 오랜만에 응원을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덕분에 이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구계 데뷔만 따지면 이대호(2001년 데뷔)와 동기다.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를 거쳐 2006년부터 롯데 응원단장을 맡고 있다. 사직구장의 열기는 오래 전부터 유명했지만, 이를 체계적인 응원문화로 재편한 사람이 바로 조 단장이다.

팀의 아이덴티티를 책임지는 남자이자 '응원하러 가는 야구장'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롯데의 응원가는 부르기 쉽다. 대부분의 가사가 '롯데, 선수 이름, 오오오, 렛츠고, 안타, 홈런' 선에서 끝난다. 응원에는 '마', '쌔리라' 같은 팬들에게 친숙한 사투리를 적극 접목했다. 과거에도 쓰였지만, 정립된 건 조 단장 때다.

"응원단장으로서의 목표는 야구장 매일 오시는 분들부터 처음 오시는 분들까지, 다같이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거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으면서도 팀의 개성, 컬러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흔한 '날려라'와는 좀 차별된 응원을 하고 싶었는데, 팬들이 호응해주신 덕분에 지금의 롯데 응원이 완성됐다."

어느덧 42세. 롯데 팬들 사이에 '이대호와 조지훈이 은퇴하기 전에 우승 한번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어느덧 결혼 10년차, 아내의 내조 덕분에 아직은 건강하다. 담배와 술을 모두 끊고 운동에 전념하는 등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그는 생애 첫 한국시리즈 응원을 기다린다. '어떻게 한국시리즈 한번을 못가냐'며 절친한 응원단장 동료들의 놀림을 받기도 한다고.

"16년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언제나 팬의 마음이다. 선수들이 즐겁게 야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다만 한국시리즈의 분위기를 한번 느껴보고 싶긴 하다. 아무래도 정규시즌이나 플레이오프와는 다르지 않을까. 우승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내게도 개인적인 꿈이자 목표다."

올시즌 전 이대호는 롯데 구단과 2년 계약을 맺었다. 사실상 선수생활 마무리를 앞둔 마지막 2년이다. '우승 옵션'을 통해 선수단 전체에 강한 동기부여도 더했다.

"이대호 선수는 롯데 뿐 아니라 KBO리그 대표 스타다. 너무 많은 걸 짊어진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천하의 이대호라고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지 않겠나. 후배들이 얼른 성장해서 홀가분한 마지막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조 단장이 평생 만든 응원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뭘까. 그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조심스럽게 '강민호 응원가'를 꼽았다. 삼성 라이온즈로 팀을 옮겼지만, 아직도 강민호 세 글자를 말하는 조 단장의 목소리엔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이 또한 롯데 팬들의 마음과 같다.

"팬들이 정말 좋아하셨다. 팀을 대표하던 선수의 상징적인 노래라 다른 선수에게 줄 수도 없다. 어떻게 보면 사실 응원가라는 게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데, 팬들이 렇게 큰 의미를 부여해주셔서 감사하다. 하나 더 기억에 남는 걸 꼽자면 조성환(현 한화 이글스 코치) 응원가다."

얼마전 사직구장을 찾은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롯데의 응원을 보며 팬이 됐다. 3만 관중이 가득한 사직구장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조 단장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일리와 마차도는 작년에 와서 2년째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진정한 롯데 응원을 아직 보지 못했다. 3만 관중의 합창을 꼭 들려주고 싶다. 아마 더 신나게 야구할 수 있을 거다."

이제 부산은 최대수용인원의 50%, 서울은 30%의 관중을 받을 수 있다. 텅빈 객석을 바라봐야했던 아쉬움을 조금은 덜어냈다. 이젠 '언택트'에 익숙해진 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모을 때다.

"강팀으로 거듭나는 우리 선수들의 성장을 '야구장에서' 함께 응원하고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항상 '감사하다' 밖에 표현을 못해 죄송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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