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우천 취소날 '깜짝 팬미팅' 마다않던 22세 거포, 결승포가 반가운 이유[SC리포트]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6-27 09:54

수정 2021-06-27 10:11

more
우천 취소날 '깜짝 팬미팅' 마다않던 22세 거포, 결승포가 반가운 이유
9회초 선두타자 한동희가 좌월 역전 솔로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6.26/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제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사인 정도는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다."



한동희(22·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17개의 아치를 그린 뒤 '포스트 이대호'로 불렸다. 롯데 투수진에 비해 타선은 베테랑 의존도가 높았다. 가을야구에도 실패한 시즌, 한동희는 롯데 팬들의 희망이었다.

너무 큰 기대가 부담이 된 걸까. 올시즌 한동희는 개막 한달간 타율 2할9푼5리(78타수 23안타) 4홈런 1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4의 맹타를 휘둘렀다. 반면 5월에는 타율 1할6푼2리(68타수 11안타) 2홈런 OPS 0.548로 급전직하했다. 라이벌리를 이루고 있는 경남고 1년 후배 노시환(21·한화 이글스)와의 경쟁에서도 한발 뒤처졌다.

하지만 한동희는 자신을 향한 팬들의 응원을 잊지 않았다.

긴 부진에 시달리던 5월 28일, 이날 롯데와 NC 다이노스의 사직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한동희는 롯데 자이언츠 유튜브에 출연해 야구 없는 금요일에 직면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이어 퇴근하던 한동희에게 일군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그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경기가 취소된지 1시간 반이 넘게 지난 시간이었다.

한동희는 마다않고 깜짝 팬미팅에 돌입했다. 마땅히 앉을 만한 자리도 없어 야구장 입구의 카페 앞에 선 채, 한동희는 팬들의 사인 요청과 사진 촬영에 성실하게 응했다. 때마침 사직구장 앞을 지나던 팬들도 참여, 순식간에 20명이 넘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남녀노소 구성도 다양했다.

하지만 한동희는 싫은 기색 없이 웃는 얼굴, 다정한 인사로 팬들과 만났다. 부진한 성적을 걱정하며 '힘내라'는 격려를 건네는 팬에겐 "감사하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한동희는 기다리던 팬들 모두와의 만남을 마친 뒤에야 주차장으로 향했다. '매번 이렇게 사인을 다 해주나'라는 기자의 물음에 한동희는 "제가 뭐 대단한 선수도 아닌데, 응원해주시는 팬들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이 시간까지 절 기다려주신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요즘 잘 못치는데도 좋아해주고 기대해주시는 점도 고맙다. (시간에 쫓기는)이동일 같은 날은 팬들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마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6월에는 뜻하지 않은 눈 부상이 뒤따랐다. 13일 KIA 전 도중 눈을 비비는 과정에서 각막이 미세손상을 입은 것. 팬들에게 약속한 대로, 6월 들어 OPS 0.814를 기록하며 반등하던 한동희였기에 더욱 아쉬웠다. 올림픽 대표 탈락이라는 비보도 이어졌다.

열흘 간의 휴식을 취한 한동희는 24일 1군에 복귀했다. 다음날 3루수로 선발출전, 4타수 3안타 2타점 1볼넷의 맹활약을 펼쳤다. 3루 라인 선상으로 흐르는 빗맞은 땅볼을 잡아 정확하게 1루에 송구하는 호수비도 선보였다.

1군 복귀 3일만인 26일에는 팀의 2연승을 이끄는 홈런을 쏘아올렸다.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초, 두산 이승진을 상대로 승부를 결정짓는 시원한 홈런을 ??렸다. 무려 173㎞에 달하는 '총알 타구'였다.

한동희의 홈런 덕분에 롯데는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5월의 긴 슬럼프에 이은 깜짝 눈부상까지, 그간의 아쉬움을 실어보낸 한 방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