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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언어 장벽? 외국인 감독 VS 심판 충돌, 처음 아니다[SC핫이슈]

나유리 기자

입력 2021-06-24 11:26

수정 2021-06-24 11:26

우려했던 언어 장벽? 외국인 감독 VS 심판 충돌, 처음 아니다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경기. 4회말 주심이 한화 로사도 코치에게 퇴장 콜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중 외국인 사령탑을 보유하고 있는 구단은 총 3개팀이다.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그리고 시즌 도중 1군 감독 자리에 오른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까지.



KIA와 한화, 롯데는 각자의 이유로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했다. 과거에도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 등 외국인 사령탑이 있었지만, 이렇게 같은 시즌에 2명 이상의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것은 KBO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야구계 트렌드가 달라졌고, 현장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사실 공통적인 우려 사항은 존재한다. 바로 '의사 소통' 문제다. 외국인 감독이 부임할 경우, 주사용 언어가 달라 직접적인 대화가 쉽지는 않다. 특히 외국인 감독들은 한국어의 늬앙스를 100% 이해하기가 힘들고, 반대로 외국인 감독들의 의사 표현이 완벽하게 전달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구단 관계자들, 넓게는 KBO나 언론 관계자들과의 의사 소통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구단에서도 감독, 코치에 따라 전담 통역 직원을 1대1 마크하게 하는 등 매끄러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올 시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잦은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외국인 감독들과 심판들의 껄끄러운 관계다. 23일 대구 구장에서는 한화 이글스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가 경기 도중 퇴장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4회말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 허용 이후 한화 투수 김기중이 흔들리던 상황. 통역과 함께 투수 교체를 위해 걸어 나오던 로사도 코치가 포수 최재훈을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말했고, 함께 걷던 이민호 주심이 모션을 취하며 퇴장 선언을 했다. 이민호 주심은 퇴장 선언 후 마이크를 잡고 관중들에게 퇴장 이유를 설명했다. 주심은 "로사도 코치가 '볼 판정을 똑바로 보라'는 비신사적인 발언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로사도 코치의 설명은 달랐다. 한화 구단을 통해 로사도 코치는 "최재훈에게 어떤 공이었냐. 스트라이크였나?(What was the pitch. Was it strike?) 라고 물어봤다. 포수에게 물어봤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기 후 이민호 주심의 설명은 또 달랐다. "로사도 코치가 앞서 한 차례 마운드에 방문했기 때문에 투수 교체를 통보해야 하는데, 로사도 코치가 '볼, 스트라이크!'를 외치면서 손가락으로 S존을 그리는 동작을 취했고, 재차 투수 교체를 요청했지만 무시했다. 교체 통보 의무를 어겼고, 3번이나 주의를 줬는데도 무시해 규정대로 퇴장을 명령했다. 통역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통역이 이야기를 안하니 알 수가 없다. 수베로 감독도 나와서 몇 마디 했지만 이 역시 통역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불과 지난 달에 윌리엄스 감독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5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에서 KIA 투수 이승재가 투수 맞고 굴절되는 내야 안타를 허용하는 과정에서 빠른 공에 손을 맞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당시 투수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나왔지만, 주심이 "괜찮다"고 이야기했다며 상태 확인을 못하게 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그런데 이때도 심판진의 설명은 또 달랐다. 당시 주심이었던 이영재 심판은 "투수에게 직접 상태를 물어봤고, 투수가 '괜찮다'고 이야기를 한 상황이었다. 그 이야기를 전달한 것이다. 통역을 거치다보니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심판위원회를 통해 입장을 전달했었다.

뿐만 아니라 수베로 감독도 퇴장을 당했었다. 시즌 초반 통역 실수로 투수 교체가 잘못 이뤄지면서 이 부분을 어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약 10분간 항의한 끝에 퇴장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었다. 수베로 감독은 "통역이 잘못 전달했어도 투수 코치가 의사를 다시 전달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외국인 감독들과 심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서로 불만이 쌓이는 셈이다. 사실 감독과 심판이 갈등 구조에 놓이는 것은 양자 중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심판의 결정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반대로 심판들 역시 사적인 감정이 개입됐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 감독들과 심판들이 의사 소통에 대한 불만이 늘어만 가는 것도 사실이다. 심판들은 '언어가 안통하니 소통이 쉽지 않다', '통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고 고충을 호소하고, 감독과 통역 입장에서도 '우리의 의사는 정확히 전달했다', '오히려 우리 의도를 곡해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한다. 이런 갈등이 증폭되서는 안된다. 로사도 코치의 퇴장 이후,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와 이용혁 심판이 더그아웃 철조망 위에 올려둔 컵을 치우는 것으로 신경전을 벌인 해프닝도 이런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사례다.

직접 의사 소통이 힘들다면, 간접 의사 소통에 대해 양 측 모두 더욱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워낙 경기가 긴박하게 흘러가는데다, 또 서로 예민한 판정 문제가 얽혀있어 쉽지 않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KBO의 중립적 중재도 필요하다. 시대는 달라졌다. 외국인 감독이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고, 외국인 코치가 얼마나 더 새로 합류할지 가늠할 수 없다. 그때마다 '불통'을 방치할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의 오해라고 언제까지 몰아갈 수도 없다. 감독과 심판 사이에 불신이 쌓이면, 이는 궁극적으로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라는 결과가 도출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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