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107년 만의 0점대 ERA? 디그롬 회전수, '타르' 규제 후 더 올랐다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6-23 08:12

수정 2021-06-23 12:31

more
107년 만의 0점대 ERA? 디그롬 회전수, '타르' 규제 후 더 올랐…
뉴욕 메츠 제이콥 다그롬. 사진=EPA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914년 이후 107년만에 풀타임 0점대 평균자책점이 나올까. 제이콥 디그롬(33·뉴욕 메츠)은 이물질(타르 등)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ESPN 분석가 폴 헴베키즈는 23일(한국시각) 디그롬의 경이로운 기록 행진을 집중 조명했다. 7승2패 평균자책점 0.55, 72이닝 117삼진의 눈에 보이는 시즌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MLB) 투수들 중 가장 뛰어난 타격 성적을 기록중인 선수는 단연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다. 홈런 1위(23개) OPS(출루율+장타율) 1.005의 성적이 눈부시다.

다만 이도류(투타병행)인 오타니를 '투수' 범주에서 제외한다면, 타자로서 가장 돋보이는 투수는 단연 디그롬이다. 디그롬은 올시즌 4할7리(27타수 11안타) 6타점 OPS 0.852를 기록중이다.

오타니와 디그롬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올시즌 타석에 들어선 투수들의 타율은 평균 1할1푼2리에 불과하다. 20타석 이상 들어선 투수들 중 디그롬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기록이 타율 2할6푼1리, OPS 0.552에 그친다. 타자로서도 디그롬은 투수들 중 '신계'에 있는 셈.

그런데 올시즌 디그롬의 피안타율은 1할1푼3리다. 디그롬 앞에 선 타자들은 투수 평균급의 타자가 된다는 뜻이다. 리그를 압도하는 디그롬의 위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한 경기에서 4자책점 이상을 내준 투수는 총 679명에 달한다. 그런데 디그롬은 72이닝 동안 단 4자책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디그롬은 9이닝당 리그 평균 득점(4.5점)보다 적은 평균 안타(9이닝당 3.4개)를 기록중이기도 하다.

디그롬은 33세의 나이에도 100마일(약 161㎞) 이상의 직구를 한 경기에 20~30개씩 꽂아넣는다. 하지만 올해 MLB를 떠들썩하게 만든 '끈적이 논란'에서도 완전히 자유롭다. 사무국의 이물질 검사 첫 주자로 선정됐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오히려 MLB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영광이다.

헴베키즈는 "디그롬의 직구 분당회전수(RPM)는 (사무국이 이물질 단속을 예고한)6월 3일 이전(8경기) 평균 2370.5회였다. 6월 3일 이후(4경기)에는 2463.3회로, 오히려 3.9%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100이닝 이상을 투구하면서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1880년 팀 키프(0.86, 105이닝) 1914년 더치 레오나드(0.96, 224⅔이닝) 단 2명 뿐이다. 두 선수 모두 이른바 '데드볼 시대(1920년 이전)'의 투수다.

데드볼 시대란 공인구의 반발력이 매우 낮아 장타를 때리기 힘들었던 시대를 가리킨다. 1901년부터 1919년까지, 양대리그 통합 홈런왕의 평균 홈런 개수는 14.6개였다. '야구의 신' 베이브 루스는 1918년 11개, 1919년 29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키프와 레오나드 외 1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1913년 월터 존슨(1.14, 346이닝), 1909년 크리스티 매튜슨(1.14, 275⅓이닝), 1906년 모데카이 브라운(1.04, 277⅓이닝)은 데드볼 시대의 전설적인 투수들이다.

라이브볼 이후로 0점대 평균자책점에 근접한 기록을 낸 투수는 1968년 밥 깁슨(1.12, 304⅔이닝) 뿐이다. 디그롬이 올시즌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우고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다면, 레오나드 이후 107년만의 기록이 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