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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적이지 않은 149km…두산 '잊혀진 에이스' 문제는 무엇일까

나유리 기자

입력 2021-06-23 09:06

수정 2021-06-23 09:06

위협적이지 않은 149km…두산 '잊혀진 에이스' 문제는 무엇일까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두산 이영하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6.22/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2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한 두산 베어스 우완 투수 이영하의 최고 구속은 149㎞였다.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 시즌 초반에 140㎞ 초중반으로 떨어졌던 직구 구속은 이제 거의 다 회복했다. 하지만 이영하의 투구는 구속만큼 위협적이지 못했다.

1,2회는 무난하게 마쳤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두산이 초반 5점을 뽑아내며 이영하에게 든든한 득점 지원을 안겼다. 5점을 등에 업은 이영하는 3회초 급작스럽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타자 연속 볼넷에 이어 포수와 대화를 나눴지만 서건창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고, 결국 안타와 희생플라이 2개로 3점을 허용했다. 무사 만루에서 줄 수 있는 점수는 거의 다 준 셈이다.

다시 4회 위기는 넘겼지만, 마지막 5회를 그냥 넘지 못했다. 1사 1,3루에서 1루 주자 이정후의 2루 도루 성공. 그리고 박병호에게 허용한 볼넷. 1사 만루가 되자 두산은 투수를 이현승으로 교체했다. 아웃카운트 2개만 더 잡으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던 이영하지만, 벤치에 남은 인내심은 없었다. 뒤이어 올라온 이현승은 김혜성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깔끔하게 끝냈다.

이날 두산이 10대3으로 대승을 거뒀지만, 이영하의 투구 내용에는 고민이 남는다. 2군에서 한달 넘는 조정 기간을 거친 후 6월초 복귀했지만, 복귀 이후 등판한 3경기에서 승리가 없다. 실점도 적지 않다.

키움전에서도 어렵게 승부를 펼치면서 3실점으로 막아냈지만, 볼넷 5개가 치명적이었다. 이날 이영하는 직구, 슬라이더 위주로 피칭을 했다. 원래도 패턴이 다양한 유형의 투수는 아니라 공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타자를 압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장점이 지난해부터 잘 통하지 않고 있다.

선발 재전환을 결심한 후, 이영하는 여러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투구 밸런스도 점검하고, 팔 스윙도 점검했다. 구종 패턴 변화에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제구 난조는 이영하의 승부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상대 타자들은 이미 이영하에 대한 분석이 끝났고, 승부에서 우세하기 위해서는 투피치를 중심으로 한 정교한 제구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흔들리다보니 타자들이 속지 않는다. 궁지에 몰려 볼넷이 나오고, 볼넷이 나오면 경기가 늘어지면서 한가운데 실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이영하가 유독 특정 이닝에 위기를 맞는 과정도 이런 내용의 반복이다.

지금 누구보다 답답한 사람은 이영하 자신이다. 모두가 2019시즌 17승을 거뒀던 당시 '에이스'의 모습을 기억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벤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현재 두산의 선발 구성상, 두산은 이영하와 곽 빈, 김민규로 4~5선발 자리를 채워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영하가 지금의 기회를 언제 살릴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막막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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