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규성. 스포츠조선DB
[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야구단은 '원팀'이 되어야하지만, 부상으로 인한 빈 자리는 동료에겐 주전 도약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부동의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빠진 KIA 타이거즈 내야. 김규성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맷 윌리엄스 감독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박찬호의 엔트리 말소를 알렸다. "롯데 자이언츠 전 수비 도중 당한 어깨 부상으로 인한 통증이 심하다"는 것. 박찬호의 빈 자리를 메울 선수로는 김규성과 박민을 지목했다.
박찬호는 신인 시절부터 1군 유격수 백업으로 나설 만큼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수비 범위도 넓다. 군에서 제대한 이후 2019년 3루-유격-2루를 번갈아 맡으며 주전급 내야수로 도약했고, 안치홍이 이적하고 김선빈이 2루로 이동한 2020년부터는 명실상부 KIA 내야의 사령관으로 활약해왔다.
반면 2살 어린 김규성은 박찬호에게 가려있었다. 하필 타격이 약점이고, 수비 기본기가 좋다는 특징도 비슷하다. 다만 박찬호는 1군에서 꾸준히 2할 초중반 타율에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구축한 상황. 김규성이 주전으로 올라서려면 박찬호를 능가하는 포인트를 보여줘야한다.
체격조건(1m83)을 비롯해 공수주에 걸친 잠재력은 박찬호보다 오히려 낫다는 평가도 있다. 일단 발이 빠르고, 타격폼도 예쁘다는 것. 은근한 뜬금포까지 갖췄다. 다만 한시즌 내내 그 감각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김규성은 올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에 변화를 주며 "올해는 타격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지난해(0.178)보다 더 떨어진 타율(0.133). 주전 내야수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타율을 끌어올리는게 급선무다.
윌리엄스 감독은 5월말 끝없는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김규성을 2군에 내려 휴식을 주고, 대신 청소년대표 출신의 신예 유격수 박민을 콜업해 기회를 줬다. 하지만 박찬호가 부상으로 빠지게 되자, 다시 김규성을 불러올렸다.
윌리엄스 감독은 "박찬호가 빠진 자리는 김규성 박민에게 기대를 건다"고 공표했다. 현실적으로 김태진과 류지혁은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멀티로 활약해왔고, 노장 나주환도 유격수를 맡기엔 역부족이다. 프로 2년차 풋내기인 박민보단 김규성에게 좀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찬호의 부상은 착지 과정에서 뒤틀린 왼팔의 통증. 하지만 뼈나 근육의 문제는 없다. 통증이 사라지면 곧바로 기술훈련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정도다.
앞으로 9일. 김규성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이다. 김규성은 자신의 가치를 윌리엄스 감독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