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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맞고 배트 내던진 특급외인의 격노, 동갑내기 투수는 왜 사과를 했을까[SC줌인]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6-16 02:04

수정 2021-06-16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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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맞고 배트 내던진 특급외인의 격노, 동갑내기 투수는 왜 사과를 했을까
8회 윤명준의 공에 팔꿈치를 맞은 피렐라가 배트를 집어 던지며 격분하고 있다. 출처-SPOTV 중계화면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7-4로 앞선 8회초 삼성 공격.



2사 3루에서 피렐라(32)가 타석에 섰다. 두산 투수가 좌완 장원준에서 우완 윤명준(32)으로 바뀌었다.

초구 140㎞ 빠른 공이 어깨 쪽으로 바짝 붙어 날아왔다. 놀란 피렐라가 몸을 돌리며 피했다. 2구째 136㎞ 패스트볼도 바운드가 되며 투볼이 됐다. 투수에게 불리한 볼 카운트.

3구째 또 다시 143㎞ 몸쪽 빠른 공이 몸쪽으로 날아들었다. 몸을 돌린 피렐라의 왼쪽 팔꿈치를 강타했다.

피렐라는 순간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거칠게 화를 내며 배트를 윤명준 쪽으로 집어 던졌다.

윤상원 주심이 피렐라를 막아선 뒤 투수 쪽으로 다가가 빈볼성 투구 관련 경고를 했다.

피렐라는 화가 잔뜩 난 채 1루에 도달했다. 미안한 표정을 짓던 윤명준은 피렐라가 1루에 도착하자 마자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화가 덜 풀린 피렐라는 사과를 받지 않았다. 다른 곳을 보면서 화를 삭히느라 투수의 사과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피렐라는 윤명준 쪽을 계속 응시하며 불쾌감을 표했다.

피렐라로선 충분히 오해할 만 한 상황이었다.

7-4까지 열심히 추격한 두산. 8회 2사 3루에서 추가 실점은 곧 패배를 의미했다.

1루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리그 최고의 강타자 피렐라에게 좋은 공을 던질 리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배터리는 유인구를 던져보다 볼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그냥 대놓고 거르기 마련. 피렐라로선 고의4구 대신 자신의 타격 밸런스를 흐트러뜨리기 위해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고 의심한 것이다. 볼카운트 2B0S에 패스트볼로 몸에 맞는 볼. 빈볼로 의심할 만한 구성 요건은 갖춰져 있었다.

미국에서 뛸 당시 펜스에 부딪혀 뇌진탕 악몽이 있는 피렐라는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에 유독 민감하다.

주심도 상황적으로 빈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투수에게 경고를 내렸다. 이 같은 주심의 빠른 대처 속에 벤치클리어링 등 불미스러운 상황으로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의아했던 장면은 동갑내기 피렐라를 향한 윤명준의 정중한 사과였다.

만약 어떤 형태로든 목적이 있는 고의적 빈볼이었다면 모자를 벗어 고개를 숙이는 적극적인 사과는 다소 이례적이었다.

만에 하나 정상적으로 몸쪽 승부를 깊게 들어가려다 손에서 공이 빠진 거였다면? 윤명준으로선 억울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그랬다면 고개 숙여 사과한 그는 진정 대인배라 할 만 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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