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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해주던건데…" 승리 후 불꺼진 라커룸, 수베로 감독 깜짝 놀란 사연은[대전 현장스케치]

박상경 기자

입력 2021-06-15 23:12

수정 2021-06-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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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해주던건데…" 승리 후 불꺼진 라커룸, 수베로 감독 깜짝 놀란 …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짜릿한 1점차 승리로 3연패에서 탈출한 한화 이글스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49)의 얼굴은 밝았다.

그럴 만한 승부였다. 선발 라이언 카펜터가 위기에 몰린 가운데 구원 등판한 강재민이 2이닝 역투로 1점차를 끝내 지켰다. 정은원 노시환 등 젊은 타자들도 득점에 기여하면서 3연패 탈출에 공헌했다. 올 시즌 팀 타율 1위 롯데를 상대로 만들어낸 1점차 승리는 연패 탈출 만큼 값진 성과였다.

경기 후 한화 선수단은 수베로 감독을 라커룸으로 초청했다. 들뜬 마음으로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옮긴 수베로 감독. 하지만 환해야 할 라커룸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고, 선수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함도 잠시. 수베로 감독이 문을 열자 한화 선수단은 "해피 버스 데이 투 유~" 노래를 합창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수베로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날은 수베로 감독의 49번째 생일이었다. 선수단의 합창이 마무리 된 후 등장한 생일 케이크. 수베로 감독은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라커룸에서 생일 축하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벤트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생일 케이크 촛불을 끈 수베로 감독 곁으로 다가온 투수 윤호솔이 크림을 수베로 감독의 얼굴에 묻혔다. 갑작스런 '공격'을 당한 수베로 감독은 "원래 엄마가 해주던 것인데 오늘은 윤호솔이 대신 해줬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리빌딩 사명을 안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수베로 감독은 선수단에 소통을 강조했다. 코치진이 그리는 밑그림, 요구하는 플레이의 배경과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도 선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약속했다. 단순한 외국인 지도자의 자유분방함이 아닌, 진정성과 소탈함을 담은 메시지였다. 지난해 18연패, 최하위 멍에를 썼던 한화 선수단의 분위기는 빠르게 풀리기 시작했고, 20년 만의 시범경기 1위라는 성과로 귀결됐다. 정규시즌 개막 후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하며 하위권으로 처져 있지만, 한화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상위팀 못지 않은 풍경이 이어져 왔다. 작은 생일 이벤트였지만, 수베로 감독과 선수단 간의 신뢰를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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