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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빗슈는 발끈, 게릿콜은 한숨…'부정투구했나' 돌직구에 직면한 에이스들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6-09 10:11

수정 2021-06-0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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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빗슈는 발끈, 게릿콜은 한숨…'부정투구했나' 돌직구에 직면한 에이스들
게릿 콜. 사진=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미끄럼 방지 물질을 바르지 말라고? 왜 '공에 문제가 있다'고는 말하지 않나?"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에이스들이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리그를 뒤덮은 부정투구 논란 때문이다.

MLB 사무국은 오랫동안 터부시되던 투수들의 '끈끈이' 사용에 대해 조만간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경기중 투수의 모자와 글러브 속, 벨트, 유니폼 등을 8~10회 검사해 끈끈한 물질이 나올 경우 징계하겠다는 것.

야구공에 이물질을 발라 변화를 주는 행위를 가리켜 '스핏볼'이라고 부른다. 공을 더 미끄럽게 만들거나, 반대로 공이나 손끝을 끈끈하게 만들어 공의 회전수를 더하는 것. 투수의 유니폼부터 침이나 땀, 진흙부터 음료수, 헤어왁스, 썬크림, 바셀린, 파인타르(송진) 등 다양한 물질이 활용된다. 최근에는 손끝의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스파이더택(Spider Tack)이란 제품도 사용된다.

특히 트랙맨(피칭 분석기)과 랩소도(스윙 분석기), 초고속카메라 등 첨단기술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과거에는 선수들의 감각에 의존하던 행위에 '정답'이 생겼다. 예를 들어 '공끝이 좋다', '무겁다', '종속이 좋다', '떠오른다' 등으로 표현되던 강한 직구에 대해 '회전수가 좋다'고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때문에 투수들이 회전수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서 다시 부정투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논란의 여지 없는 반칙이다. 야구 규칙상 송진가루(로진)을 제외한 어떤 이물질 사용도 금지다. 하지만 지나치게 노골적인 행동으로 심판에 제재당하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암묵적인 사용이 허용됐다. '우리팀 투수'도 쓰고 있기 때문에, 감독들의 항의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사무국이 공식적으로 금지를 선언한 이상 적발시 어떤 징계가 내려질지 모른다. '썼나, 안 썼나' 공개적인 취조도 벌써 시작됐다. 9년 3억2400만 달러(약 3618억원) 계약의 주인공 게릿 콜(뉴욕 양키스)이 그 첫번째 투수가 됐다.

콜은 선발등판을 앞둔 9일(한국시각) 화상 인터뷰에 임했다. 뉴욕 포스트의 켄 다비도프 기자는 '그래서 끈끈한 물질을 썼나 안 썼나'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콜은 평소 성실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순간의 흔들림을 감추지 못했다. 몇초간 침묵하던 콜의 선택은 '회피'였다. 하지만 사실상 인정이다.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사무국이 더 상세한 규정을 원한다면, 함께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간 메이저리그에는 선수들 사이에 이어져온 관행이 있다. 선을 넘어선 것도 있었을 수 있다."

다음 질문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자외선 차단제나 파인타르처럼 오랫동안 사용된 물질과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스파이더 택' 사이에 차이가 있냐는 것. 콜은 "난 그런 차이를 구분하기 위한 데이터나 정보가 없다"고 어렵게 답했다.

앞서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인 트레버 바우어(LA 다저스)는 수차례 콜을 비롯한 휴스턴 애스트로스 투수들을 향해 '특별한 끈끈이로 회전수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5년 아메리칸리그(AL) MVP인 조시 도날드슨(은 콜의 최근 등판에 대해 "마이너리거 4명이 파인타르 사용으로 10경기 출장정지당한 직후 콜의 직구 회전수가 줄어든 건 우연일까?"라며 의문을 던진 바 있다. 콜은 이에 대해서도 "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도날드슨은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면서 "선수노조 집행위원으로서 사무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콜과 마찬가지로 파인타르 의심을 받고 있는 다르빗슈의 반응은 훨씬 격렬했다. 다르빗슈는 자신의 SNS에 "일본 투수들은 일본 시절 이물질을 쓰지 않았다. 왜 MLB만 그럴까? 볼이 미끄러운게 문제라는 걸 사무국도 알고 있지 않나? 반발력 좋은 공으로 바뀐 뒤 수많은 투수들이 SOS를 외치고 자리를 잃었을 때 왜 사무국은 방관했나. 우선 공부터 바꿔야한다고 왜 말하지 않는가? 돈 때문인가?"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어 "투수들이 공이 미끄럽다 해도 이물질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타자들도 배트 미끄럽다고 뭐 바르지 말고 맨손으로 치는게 공평하다"고 덧붙였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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