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SC시선]'5G ERA 9.15' 37세 노경은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6-06 11:30

수정 2021-06-06 12:31

more
'5G ERA 9.15' 37세 노경은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롯데 노경은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0-3으로 뒤진 4회말 2아웃 1루.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르자 선발투수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그는 들고 있던 공을 1루에 힘껏 뿌린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5일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투수는 롯데 선발 노경은이었다.

당초 래리 서튼 감독은 이날 선발로 지난달 30일 선발등판했던 신인 김진욱을 지목했다. 다만 서튼 감독은 '현재 계획은 그렇다'며 향후 달라질 가능성을 암시했다. 김진욱에 대해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고, 어린 투수다보니 마운드 위에서 침착하게 경기를 끌고 가는 법을 배우는 단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5일 선발투수는 노경은으로 바뀌었다.

올시즌 롯데 선발진엔 구멍이 많다. 시즌전에는 외국인 투수 2명과 박세웅까지 1~3선발은 확정이었고, 남은 두 자리를 이승헌 서준원 노경은 김진욱이 다투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승헌은 손가락 부상(건초염)으로 2군에 내려갔고, 서준원은 불펜으로 출격중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나균안이 호투하며 선발 한 자리를 꿰찬 상황.

노경은은 지난 시즌 4선발을 맡아 5승10패 평균자책점 4.87의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QS)를 11번이나 기록해 알토란 같은 기량을 뽐냈다.

하지만 노경은의 새 시즌(1군)은 4월 20일에야 시작됐다. 시즌초 4~5선발은 이승헌과 김진욱이었고, 이승헌이 빠진 뒤에야 노경은이 콜업됐다.

하지만 노경은의 올시즌 성적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6이닝 3실점, 5이닝 4실점을 기록한 4월 2경기는 그나마 무난했다. 5월 이후 선발등판한 5경기에서 노경은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9.15나 된다.

이닝도 경기당 평균 4이닝이 채 안되는 19⅔이닝이다. 선발이 초반부터 무너지는데 팀이 멀쩡할리 없다. 소속팀 롯데 역시 5전 전패를 기록했다. 아무리 하위 선발이라 한들 좋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이다. 이닝당 투구수가 무려 19.2개에 달한다.

노경은의 나이는 올해 37세. 베테랑과 신예의 성적이 비슷하다면, 어느 감독이나 젊은피를 쓰길 원한다. 베테랑 선발에게 기대되는 건 계산이 나오는 안정감, 또는 실점이 다소 있더라도 길게 끌고 가는 이닝이터의 면모다. 올해 노경은은 그 어느 쪽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단지 올해 선발이 부족한 롯데의 사정상 기용되고 있을 뿐이다. 현재로선 김진욱이나 최영환이 대체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바로 밀려날 입장이다.

초조했던 걸까. 이날 노경은의 성적은 3⅔이닝 3실점(자책) 6안타 1볼넷 1삼진. 투구수는 64개였다. 직구는 140㎞를 밑돌았고, 시종일관 제구도 흔들렸다. 이미 KT 타순이 3바퀴째 도는 상황이었다. 뒤에 김진욱도 준비중인 이상, 교체가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투수코치를 맞이한 노경은의 표정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노경은은 1루를 향해 강하게 공을 뿌린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땐 글러브까지 던졌다. 사령탑이나 팬들로선 부진한 성적보다 더 베테랑으로서 보여주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롯데는 전날인 4일 박세웅이 '에이스답게' 모처럼의 완봉승을 거두며 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던 상황. 하지만 노경은의 불만 표출 속 더그아웃은 얼어붙었고, 롯데는 1대8로 패배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