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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포커스]'박해민→피렐라→김상수' 온 몸 던져 살려낸 '원태인 일병구하기'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6-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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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민→피렐라→김상수' 온 몸 던져 살려낸 '원태인 일병구하기'
2021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회말 1사 만루, 삼성 중견수 박해민이 키움 이용규의 플라이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6.06/

[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고척에서 감동의 장면이 펼쳐졌다.



삼성 라이온즈 선배들이 힘을 모아 '원태인 일병 구하기'에 나섰다. 반등을 위해 몸부림 치는 원태인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투혼으로 승리를 선사했다.

원태인(21)은 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7차전에 선발등판 했다.

파죽의 6연승 후 2연패. 마음의 부담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도 빠른 6승 달성 이후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한 채 8연패로 시즌을 마친 악몽이 겹쳐졌다.

벤치도 원태인을 배려했다. 당초 2일 SSG전 등판 예정이던 원태인은 등판 일정을 조정해서 이날 등판했다.

그만큼 원태인으로선 중요한 경기. 어쩌면 올 시즌 농사 전체를 가늠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분수령이었다.

하지만 상대 키움은 원태인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던 악몽의 팀. 지난 19일 박동원에게 3연타석 홈런을 허용하며 6실점(5자책) 했다. 연패의 시작점이었다.

그 만큼 원태인은 초반부터 부담이 컸다.

박동원을 필두로 이정후 등 천적들과의 승부에 어깨 힘이 잔뜩 들어가는 모습.

악몽의 기억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1회 1사 1루에서 이정후와 박병호 박동원에게 3연속 볼넷으로 선취점을 내줬다. 악몽이 재연되려던 찰나.

원태인 뒤에는 박해민이 있었다. 이용규의 짧은 플라이를 전력질주 해 슬라이딩 캐치에 성공했다. 안정을 되찾은 원태인은 송우현을 땅볼 처리하고 더 이상 실점 없이 1회를 마쳤다.

공격 선봉에는 피렐라가 섰다.

0-1로 뒤진 3회 2사 2루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피렐라는 구자욱의 짧은 중전 적시타 때 혼신의 힘을 다해 3루로 질주했다. 놀란 중견수 송구가 바운드 되며 홈쪽으로 튀는 사이 무릎을 찧어가며 다시 일어선 피렐라는 사력을 다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역전주자가 됐다. 피렐라는 5회 1사 1,3루에서 중전 적시타로 3-1로 점수 차를 벌렸다.

2회 이후 원태인의 뒤를 받쳐준 선수는 경북고 10년 선배 2루수 김상수였다.

2회부터 매이닝 호수비 행진으로 원태인을 구했다. 김상수는 2회 2사 후 김혜성의 2루 베이스 쪽 타구를 잘 쫓아가 러닝스로우로 빠른 타자주자를 잡아냈다. 2-1 역전에 성공한 3회말 1사 1루에서도 박병호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역모션으로 글러브 토스해 1루주자를 2루에서 포스아웃 시켰다. 곧바로 박동원의 2루타가 터졌다. 김상수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꼼짝 없이 실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4회에도 1사 2루에서 이지영의 중전 안타성 빠른 땅볼 타구를 역모션으로 잡아 타자주자를 아웃시켰다. 빠졌다면 적시타가 될 타구였다. 박해민과 김상수의 수비 도움 속에 원태인은 5이닝 동안 시즌 최다인 5볼넷과 3안타를 허용하면서도 1실점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3-1로 앞선 6회 불펜에 마운드를 넘기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원태인이 내려간 6회말 1사 2,3루에서 우익수 구자욱은 대타 프레이타스의 빨랫줄 같은 안타성 타구를 몸을 던져 캐치하며 실점을 막았다.

공-수에 걸쳐 선배들의 온 몸을 던진 투혼으로 살려낸 원태인 일병 구하기.

경기 초반 굳어 있던 원태인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되살아났다. 3-1로 앞선 5회말 2사 후 세번째 만난 박동원을 상대로 싱긋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찾은 원태인은 땅볼 유도를 하며 이닝을 마쳤다.

불펜진을 총동원 한 삼성은 3대1으로 승리했다. 야수들과 불펜진의 헌신 속에 원태인은 2연패와 키움전 악몽을 털어내고 잊지 못할 시즌 7승째를 거두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동료들이 온 몸으로 살려낸 토종 에이스의 귀환. 가장 어려운 순간, '원팀 스피릿'을 느낀 소중한 하루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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