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서튼 감독.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부상 선수가 많다는 건, 누군가에겐 기회다. 감독인 나 역시 이기고 싶다."
3승 1무 11패, 1위와의 승차는 11경기반, 지난주는 1무4패. 최근 6연패.
래리 서튼 감독 부임 이후 롯데 자이언츠가 받아든 성적표다. 팀의 심장인 이대호를 비롯해 불펜의 핵심 최준용 구승민까지 잇따라 부상으로 쓰러졌다. 특히 이대호의 경우 오는 3일 MRI 검진을 받기 전까지 복귀 시점을 답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회복이 마무리되지 않아 재활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튼 감독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친다. 1일 키움 히어로즈 전을 앞두고 만난 서튼 감독은 1군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난 5월에 대한 질문에 빼곡히 적어놓은 메모를 펼쳐보였다. 자신이 부임한 이래 15경기에서 롯데가 보여준 발전 가능성들을 적은 것. 그는 "긍정적인 면이 이렇게 많다"며 환하게 웃었다.
"솔직히 요즘 부상이 많았다.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한 팀으로서 이런 어려움을 함께 겪는 건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서튼 감독은 "나도 감독으로서 이기고 싶다. 하지만 챔피언십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포츠도 인생이나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다. 역경을 겪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9-0으로 앞서다 9-10으로 역전당한 끝에 무승부로 끝난 지난달 29일 NC 다이노스 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서튼 감독은 "한 팀으로 싸우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좋은 예다. 그런 경기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동점을 만들지 않았나"라며 미소지었다.
4대5로 패한 30일 NC 전에 대해새도 "지난주 베스트게임이었다. 잘 싸운 선수들을 위해 하이파이브를 하며 고맙다고 했다"고 강조하며 "경기를 준비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팀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튼 감독은 지난달 11일 부임 이래 무려 23명의 선수를 콜업하며 1~2군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과정'을 강조하고, 팬과 미디어의 인내심을 당부했다. 이대호를 3번에 기용하고, 4번에는 안치홍과 정훈을 쓰는 등 다양한 타순 변화도 활용하고 있다.
서튼 감독은 "'위닝시리즈'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오늘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 어디에 집중해야하는지를 묻는다"면서 "패배와 승리를 위해 무엇을 배우는지가 중요하다. 그걸 통해 하루하루 더 성장해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프로 데뷔 이래 최악의 한달(OPS 0.548)을 보낸 한동희에 대해서도 "지금은 계속 경기를 뛰면서 조정하는 능력을 배울 때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겨야한다"고 조언했다.
행복 회로일까, 자신감일까. 서튼호를 향한 롯데 팬들의 뜨거웠던 기대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패배가 거듭됐기 때문이다. '과정'보다는 승리를 통한 희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