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허니문' 효과는 없고, 선장도, 선원도 혼란스럽다.
사령탑을 바꾼 롯데 자이언츠가 하염없이 가라앉고 있다.
롯데는 지난주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한 홈 5연전에서 1무 4패를 기록했다. 21일 두산 베어스전 승리 이후 7경기에서 6패(무승부 포함)다. 감독이 바뀌면 모두가 반짝 효과를 기대하는데 이마저도 현재로선 찾아보기 힘들다. 지휘봉을 넘겨받은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반전 기미는 요원하다.
성적보다는 방향성에 주안점을 뒀지만 그렇다고 승리를 내팽개칠 상황은 아니다. 리툴링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롯데다. 무기력에 빠진 롯데, 지금은 백약이 무효다.
연패 탈출 호기였던 29일 NC전 더블헤더 1차전은 '안되는 집안'의 전형을 보여줬다. 에이스가 등판했고, 타선이 폭발하며 5회까지 9-0으로 앞섰다. 하지만 6회 스트레일리가 흔들린 후 김도규 송재영 등 유망주를 기용하다 잇따라 추격을 허용했다. 마무리가 등판한 9회초에는 역전 홈런까지 얻어맞았다. 9회말 가까스로 1점을 만회해 무승부.
30일 열린 NC 전에서는 2루 경합과정에서 '주자 밀어내기' 논란 끝에 4대5로 졌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던 김진욱은 이날도 3⅔이닝 5실점 부진.
지난 11일 래리 서튼 감독 부임 이래 3승1무11패(승률 0.214)다. 올시즌 전체 성적(15승29패1무)도 꼴찌지만, '서튼호' 기간만 보면 한화 이글스(5승11패)보다 아래다.
앞서 허문회 전 감독 경질에 대해 롯데 프런트는 '방향성 차이'라고 밝혔다. 허 전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도 선수 36명으로 1군 캠프를 구성한 뒤, 김진욱을 제외하면 콜업한 선수가 없을 만큼 주전 위주로 팀을 운영했다.
반면 서튼 감독은 부임 이래 2군에서 콜업한 엔트리 변경만 무려 22명이다. 그중에는 송재영 정우준처럼 1군에 처음 올라와본 신인도 있다. 중복된 선수도 있고 부상 관련도 있지만, 전 감독 대비 폭넓은 선수 기용은 명백하다.
이대호(39)를 비롯해 전준우(35) 정 훈(34) 손아섭(33) 등 주력 타자들 나이만 보면 롯데는 '윈나우'를 해야할 팀이다. 허 전 감독은 시즌 전 "올해 목표는 4위, 내년엔 우승"을 이야기했다. 고비 때 약한 면모를 보이며 역전패를 7번이나 당했지만 시즌초 롯데 전력은 분명 최하위권은 아니었다.
롯데는 지난 겨울 FA 영입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지금 당장 우승에 도전하기보단, 가을야구 순위권을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유망주를 키워 가까운 시일내 대권에 도전할 팀을 만드는게 목표였다.
전 감독과의 '방향성 차이'가 바로 이 부분이다. 문제는 시즌 도중 사령탑을 교체하다보니 이 같은 차이를 선수단에 납득시키고 조율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방향성의 옳고 그름을 떠나, 서튼호의 현재 경기력은 뭔가 정립되지 못하고 어수선하다. 3승의 면면을 보면 필승조가 바닥난 SSG 랜더스를 상대로 막판 뒤집기, 4-0으로 앞서던 경기에서 3점을 따라잡힌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지킨 한화전, 프랑코의 뜻밖의 호투 속 9대1로 무난하게 승리한 두산 전이다. 강팀다운 경기는 두산 전 하나 뿐이다.
'허니문 효과'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 바뀐 직후에는 호불호를 떠나 지지도가 높고, 나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활기찬 현상을 말한다.
'5월 롯데'는 허니문조차 없다. 지난한 이혼 과정의 역효과였을까. 현재로선 분위기 반전이 시급한 롯데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