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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인터뷰]'일반인 1년 남짓' 윤석민 "그때 내가 KIA 코치라도 날 안썼을 것"

노재형 기자

입력 2021-05-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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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1년 남짓' 윤석민 "그때 내가 KIA 코치라도 날 안썼을 것"
2021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경기 전 KIA 윤석민이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5.30/

[광주=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다."



KIA 타이거즈가 윤석민의 은퇴를 발표한 건 2019년 12월 13일이다. 당시 윤석민은 "다시 마운드에 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상적인 투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재활로 자리를 차지하기보다 후배들에게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어깨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으며 마운드에 다시 서기 위해 1년 넘게 절치부심했지만, 결국 몸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다. 은퇴 발표 후 1년 5개월여가 지난 시점, 윤석민은 야구선수가 아닌 일반인의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섰다.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윤석민 은퇴식이 열렸다.

윤석민은 전성기 배번 21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했다. 바로 직전 연습투구를 몇 번 해봤을 뿐, 따로 준비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구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윤식민의 표정은 밟았다. 선수 시절의 신중하면서도 수줍어하던 얼굴빛은 없고 일상을 즐기는 청년의 그것이었다.

근황을 물었더니 "은퇴 선언 후 1년이 넘었는데, 은퇴하고 사람이라는 게 사실 괜찮을 수가 없다. 그래도 (다른)일을 시작하기보다는 쉬자는 마음이다. 쉬면서 뭐해야 될 지 생각하고 있다. 오래 쉬다 보니 마음도 추슬러지고 (과거의 일 중)99%는 잊고 1%만 남았다.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남은 1%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니까 내 또래나 선배들이 뛰고 있는 것을 볼 때 아쉬운 생각이 든다. 오늘도 야구장 나오니까 충분히 뛸 나이인데 후회가 좀 되기도 한다. 어깨 관리 좀 잘할 걸이라는 생각도 한다"면서 "어차피 끝난 일이니까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여가생활을 하며 잊혀지기도 하고 그런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최근 가족과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고, 취미로 시작한 골프는 프로 테스트 준비 단계까지 왔다. 윤석민은 "미래 설계를 아직은 못했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보니까 미래 설계는 안하는 것 같다"며 "지금 제일 좋은 건 잘 자고 잘 먹고하니 스트레스가 없다. 운동할 때는 내일 나가면 어떻게 공을 던질까 하는 스트레스로 잠을 못잤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프로 테스트는 지난 겨울과 올초 두 번 참가했는데, 모두 예선탈락했다. 윤석민은 "프로골프 선수가 되려는 건 아니지만 골프를 취미로 즐기니까 테스트도 나가 보고 그런다. 새로운 일들이 재밌으니까 즐겁고, 이런 게 행복이 아닌가 싶다. 올해 테스트가 두 번 남았다. 취미인데 도전해 본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고 했다.

윤석민은 2005년 신인 2차 1라운드에서 KIA의 지명을 받고 입단해 중간계투와 마무리, 주축 선발로 활약하며 2018년까지 뛰었다. 2014년에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부상 등의 이유로 빅리그 마운드에는 서지 못하고 이듬해 돌아왔다.

KBO리그 통산 398경기에서 77승75패, 86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고, 2011년에는 17승5패, 178탈삼진, 평균자책점 2.45의 빼어난 성적으로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윤석민은 "100승과 100세이브 둘다 하고 싶었다. 하지만 1군 수준이 안되니까 그런 욕심을 갖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때 '만일 내가 KIA 코치라면 과연 윤석민을 쓸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냉정하게 안쓸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런 선수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면 팀도 선수도 스트레스다"면서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윤석민은 이날 KIA에 마스크 5만장을 기부했다. KIA는 4만장은 어린이재단, 1만장은 입장 관중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윤석민은 "난 팬서비스가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팬들을 무시하거나 사랑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야구에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은퇴하고 나니 죄송스럽다"며 "(은퇴식 결정 후)뭐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고민하다 코로나19로 너무들 고생하시니 마스크를 해드려서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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