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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부산 우천취소' 한용덕 경기감독관 "외야에 물 철벅철벅, 부상 우려 있다"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5-28 19:14

수정 2021-05-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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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우천취소' 한용덕 경기감독관 "외야에 물 철벅철벅, 부상 우려 있…
사직 현장.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밀자 공기중의 밝기가 달라졌다. 김영록 기자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하늘은 파랗게 맑은데 경기가 취소됐다. 28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NC 다이노스-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다.



이날 부산 날씨는 가히 도깨비 같았다. 아침부터 먹구름이 가득했다. 사직구장 너머로 보이는 화지산에도 두텁게 구름이 덮여있었다.

당초 부산의 비 예보는 오후 5시 이후였다. 하지만 이날 3시쯤 이미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했다. 4시쯤에는 장대비로 변했다. 굵은 빗방울이 연신 기자실 창문을 두드렸다. 이 비는 약 30분 후 그쳤다.

기상청의 예상대로 '진짜 비'는 오후 5시쯤이었다. 구멍 뚫린 것마냥 시커먼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지켜보던 모두가 이날 경기의 취소를 예감하기엔 충분한 강우량이었다.

그런데 이 비도 약 30분만에 그쳤다. 급기야 부산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걷히고, 밝게 빛나는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방금 비가 쏟아진 하늘은 맑고 파랗기만 했다.

문제는 그라운드 상태였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내야를 덮은 대형 방수포 곳곳에 깊은 물웅덩이가 파였을 정도. 방수포 위의 물을 덜어내자 내야 파울지역 표면에 제법 큰 물줄기가 생겼다.

KBO리그 규정상 경기 시작전 취소 여부는 경기감독관에게 달렸다. 반면 일단 시작되면 주심의 권한이 된다. 주심은 선수들과 현장을 찾은 관객들을 배려해 가급적 경기를 이어가려 한다. 5회 이전 경기가 취소돼 노게임이 될 경우 양팀 선발투수를 비롯한 선수들의 피로도도 만만치 않기 때문. 폭우가 쏟아져도 일단 30분을 기다려보는 이유다.

경기 감독관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 취소 여부를 판단한다. 선수들이 부상없이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게 그의 역할이다.

KBO는 이날 오후 6시경 경기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NC와 롯데는 29일 더블헤더를 치른다. 1차전 선발로 NC는 송명기, 롯데는 댄 스트레일리를 예고했다.

이날 부산 경기를 담당한 KBO 경기 감독관은 한용덕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었다. 한 감독관은 이날 비에 젖은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면밀하게 살핀 결과, 이날 경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포츠조선과 연락이 닿은 한 감독관은 "그라운드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특히 외야 쪽은 신발이 철벅철벅하며 푹 젖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장 관계자에 따르면 정비하는데 2시간(오후 5시 30분쯤 기준, 7시 30분 경기 시작)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2시간 후 경기를 진행하더라도 자칫하면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사직구장은 1985년 개장, 올해로 36년이나 된 노후 야구장이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1964년) 잠실야구장(1982년)에 이어 국내에서 3번째로 오래됐다.

하지만 시설에 대해서는 '국내 최악의 야구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다른 두 구장과도 차이가 크다. 특히 내야에 비해 외야는 배수 상태가 더 좋지 않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부산야구장에 대한 속내를 밝혔다. 시의 재정 사정과 돔구장의 가성비를 고려해 롯데 등 관계자들과 협의해 사직구장을 개축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워낙 낡은 구장이라 관리비 및 수리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경제성을 생각해 차라리 새 구장을 짓는게 낫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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