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부산시선]'2008 반전vs2019 악몽' 사령탑 바꾼 롯데의 추락, 방향 돌릴 수 있나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5-28 14:11

more
'2008 반전vs2019 악몽' 사령탑 바꾼 롯데의 추락, 방향 돌릴 …
롯데 이대호, 서튼 감독.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 자이언츠의 최대 암흑기는 이른바 '비밀번호'로 불리는 2000년대 초반이다. 감동적이었던 1999년 포스트시즌을 통해 양산된 수많은 롯데 팬들에게 깊은 좌절을 안긴 시기다.



이후 롯데는 꾸준히 가을야구를 넘보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2008년 KBO리그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재일교포 제외) 제리 로이스터가 도입한 선진 야구 덕분이다. 이후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할 때만 해도 '엘롯기'의 둘째를 자처할만 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다시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은 2017년 한번 뿐이다. 급기야 2019년에는 시즌 도중 감독-단장의 동반 퇴진 속에 창단 이래 첫 10위의 불명예까지 안았다. 이해말 성민규 단장이 부임했고, 그렇게 롯데의 '도전'이 시작됐다.

2021년, 마음 속 먹구름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다. 롯데는 30경기 만에 프런트와 "방향성 차이"를 보인 허문회 전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사령탑의 조기 교체는 롯데가 올시즌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갈등하던 현장과 프런트의 무게감을 프런트 쪽에 확실하게 실어준 무브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튼호'의 성적은 3승9패. 승률로 따지면 2할5푼이다. '허문회 체제'에서 거둔 4할(12승18패)만도 못하다. 팀 타율(0.244)는 전체 9위, 팀 평균자책점(5.91)은 꼴찌다.

전체 경기수의 29.1%인 42경기를 치른 결과는 15승27패, 승률 0.357로 순위표 맨 아랫자리다. 이미 '시즌초'로 통칭하기엔 많은 경기를 치렀다. 5월 2일 처음 최하위로 주저앉은 이래 9위 위로는 올라가지 못했다. 이른바 7강 3약 구도에서도 최하위다. 올시즌부터 전면 리빌딩을 시작한 9위 한화 이글스에도 2경기반 차로 뒤져있다.

2019년 동시기(16승26패)보다 성적이 더 좋지 않다. 지금 뱃머리를 돌리지 못하면 그대로 쓸려내려갈 위기다.

서튼 감독은 2군에서 젊은 선수들을 대거 불러올리며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고자 노력중이다. 성민규 단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허 전 감독 때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이용훈 임경완 투수코치 외에 브랜든 맨 피칭 코디네이터를 콜업한 것이 대표적인 변화다. 서튼 감독은 "1개월 중 3주 정도 1군에 동행하게 된다. R&D팀과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이라고 "코치들이 선수 시절의 경험을 살려 같은 눈높이에서 투수들을 이끈다면, 코디네이터는 3000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투수들의 성장을 보다 입체적인 프로세스로 이끌 수 있다는 것.

사령탑 교체 이후 콜업된 지시완은 공수에서 1군 주전 포수에 걸맞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박재민 송재영 한승혁 등 좌완 영건 트리오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들의 활약이 반등을 위한 계기가 되고 있지 못한다는 점. 최근 이틀간 부산 홈팬들 앞에서 LG 트윈스 상대로 당한 2연패는 상상 이상으로 무기력했다. LG의 반격이 시작된 뒤로는 변변한 맞대응도 못한채 무너졌다. 타선은 이틀 연속 15타자, 14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하며 침묵했다.

지난해 주장이자 팀내 정신적 지주인 민병헌의 조기 합류는 반갑다. 하지만 구승민 박진형의 부진과 최준용의 부상 이탈, 김대우의 체력 저하로 인해 필승조는 사실상 붕괴 상태다. 경기 막판 역전패를 올시즌 11번이나 당한 이유다. 베테랑 손아섭은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서튼 감독은 "지금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퍼포먼스다. 보다 강한 경쟁심과 승부욕을 갖고 경기를 준비하고 돌아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원팀'을 만들기 위해 신뢰를 쌓는 과정에 있으며,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올시즌 롯데의 전력이 최하위 수준이 아니라는 건 야구계 관계자라면 대부분 동의하는 부분이다. 올해 39세인 이대호, 37세인 김대우의 회복만을 바라본다면, 가을야구를 꿈꿀 자격이 없다. 서튼 감독의 '챔피언십 문화'가 롯데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