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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한 'K' 시대와 '89마일대 직구' 류-김-양의 생존법

노재형 기자

입력 2021-05-2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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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한 'K' 시대와 '89마일대 직구' 류-김-양의 생존법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이 26일(한국시각) LA 에인절스전에서 2회말 재러드 월시에게 투런홈런을 맞은 뒤 공을 건네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ESPN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에서 K는 어떻게 가장 파괴적인 글자가 됐나(How the K became the most destructive letter in MLB)'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삼진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를 분석했다.



ESPN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1.1→21.6→22.3→23.0→23.4%로 꾸준히 높아진 삼진 비율이 올시즌에는 24.3%로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다. 투수들의 전성시대였던 1968년 이 비율은 15.8%였다. 투수가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으로 지금은 삼진을 가장 선호한다는 것이다. 삼진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ESPN은 '투수들의 구위가 막강해지고, 투수들의 탈삼진 욕심과 타자들의 홈런 욕심이 상존하며, 리그 자체가 이를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수들의 구위 향상의 근거로 스피드 증가를 들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4마일이다. 10년 전인 2011년 89마일과 비교하면 5마일이 늘었다. 광속구라 불리는 100마일 이상의 공도 벌써 405개가 나왔는데, 투구 트래킹 데이터가 도입된 2008년 한 시즌을 통틀어 214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강속구를 상대하는 타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ESPN 인터뷰 내용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포수 스티븐 보그트는 "투수들이 94~95마일 공을 던진 건 몇 년 안됐다. 지금은 96~97마일도 보통이다. 점점 더 세게 던지고 있다. 직구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느린 공을 기다리고 있으면 빠른 공을 절대 못친다. 속도가 빨라져서 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반면 워싱턴 내셔널스 라이언 짐머맨은 "요즘 투수들은 훨씬 강하게 던진다"면서도 "난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빠른 공을 칠 수 있는 타자다. 85마일이든 100마일이든 상관없다. 볼카운트가 3B, 3B1S, 2B처럼 유리할 때 직구를 노리고 가운데 들어오면 누구든 치기 쉽다. 스피드가 중요한 건 아니다"며 다른 의견을 나타냈다.

LA 에인절스의 조 매든 감독도 "타자들에게 어려운 건 변화구다. 변화구가 모든 걸 바꿨다. 직구는 언제나 제1구종이었기 때문에 타자들은 아무리 빨라도 타이밍에 맞춰 어떻게 치는 지 잘 배워왔다"면서 "제2구종은 너무 다양하고 투수들은 언제든 던진다. 치기 어려운 이유다. 직구 비중은 40% 밖에 안된다. 투수들은 예전과 달리 시작부터 모든 구종을 구사한다"고 했다. 스피드보다 다양한 볼배합이 삼진 증가의 이유라는 것이다.

ESPN 분석과 짐머맨, 매든 감독의 의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올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에겐 더욱 그렇다. 양현종은 지난 26일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3⅓이닝 동안 5안타와 3볼넷을 내주고 7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홈런을 2개나 맞는 등 최악의 투구였다.

경기 후 양현종은 "공에 힘이 없었고 밋밋하게 들어가 정타가 많았다"고 했다. 양현종의 직구 평균 구속은 89.7마일인데, 이날은 89.3마일에 그쳤다. 1회 저스틴 업튼에게 몸쪽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중월 솔로홈런, 2회에는 재러드 월시에게 체인지업이 덜 떨어지면서 우월 투런홈런을 얻어맞았다. 4회에는 안타와 볼넷을 연속 내준 뒤 1사후 교체됐다. 양현종 스스로 진단했 듯, 직구 스피드와 제구가 문제였다.

직구는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이 치기 어렵고, 한복판보다는 구석을 찌르는 공이 배트 중심을 피한다. 매든 감독의 말대로 다양한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으면서 직구 제구를 갖춰야 타자를 이길 수 있다. 이는 빅리그 선배 류현진과 김광현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일이다. 이들 역시 올시즌 직구 구속은 평균 90마일이 채 안된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이 89.5마일, 김광현이 89마일이다. 올해 50개 이상의 공을 던진 투수 503명 가운데 포심 직구 스피드 순위에서 양현종이 466위, 류현진이 470위, 김광현이 478위다. 스피드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 최하위권이다.

류현진은 직구, 체인지업, 커터, 커브를 고루 구사하는 반면 김광현은 직구와 체인지업 비율이 80%에 가깝다. 양현종은 직구-체인지업-슬라이더, 스리피치 스타일이다.

양현종이 내준 타구속도는 88.8마일로 메이저리그 평균(88.9마일)과 비슷지만, 배럴(barrel) 즉 타구속도와 발사각이 이상적으로 조합된 잘 맞은 타구의 비율은 13.5%로 전체 평균(8.2%)을 크게 웃돈다. 최근 들어 실투가 많아졌다는 게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류현진(8.5%)과 김광현(10.4%)의 배럴도 메이저리그 정상급과 거리가 있다. 97~100마일 직구를 던지는 제이콥 디그롬, 게릿 콜, 타일러 글래스노우처럼 탈삼진에 능한 투수가 아니라면 실투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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