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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데스가 수베로 군단 앞에서 증명했다, 시프트는 확률이라고

나유리 기자

입력 2021-05-27 09:04

페르난데스가 수베로 군단 앞에서 증명했다, 시프트는 확률이라고
2021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6회말 2사 1,2루 두산 페르난데스가 2타점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5.26/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수비 시프트를 비껴나는 4개의 밀어치는 안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안타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두산 베어스 페르난데스는 26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시즌 첫 4안타 경기를 펼쳤다. 첫 타석을 제외한 나머지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생산해낸 페르난데스의 시즌 타율은 3할3푼1리에서 3할4푼6리로 껑충 뛰었고, 시즌 안타 개수도 55개로 늘어났다.

이날 경기에서 페르난데스의 안타 생성 과정이 흥미롭다. 한화 야수들은 페르난데스의 타석이 돌아올 때마다 맞춤형 수비 시프트를 선보였다. 올 시즌부터 한화의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특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수베로 감독은 시범경기때부터 '확률'의 싸움에 맞춰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선보이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두산에서는 페르난데스와 김재환이 상대팀들의 시프트 대상이다. 두사람 모두 좌타자이면서 파괴력을 갖춘 타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결정적 상황에서는 페르난데스, 김재환을 대상으로 한 시프트를 건다. 둘 다 우측으로 당겨치는 타구가 많이 나오는 유형의 타자이다 보니, 야수들이 오른쪽 방면으로 포지션을 이동한다. 2루수가 원래 위치보다 훨씬 1루수 방면에 붙어있고, 유격수는 2루 베이스 근처로, 3루수는 유격수 방면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오른쪽 타구가 워낙 많이 나오는 타자들이라 시프트에 걸려 내야를 뚫지 못하는 타구도 빈번하게 나온다.

하지만 페르난데스가 수베로 군단 앞에서 제대로 보여줬다. 26일 경기에서 페르난데스는 첫 타석만 제외하고 모두 안타를 터뜨렸다. 1회말 1사 1루 상황 첫 타석에서는 한화 내야진의 극단적 시프트는 없었다. 내야수들이 원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위치의 수비를 했고, 페르난데스는 병살타가 될 뻔한 유격수 앞 땅볼로 선행주자를 2루에서 아웃시켰다.

그러나 두번째 타석부터 시프트를 뚫어냈다. 페르난데스는 의식적으로 밀어치는 타구를 만들었다. 3회말 밀어쳐서 안타, 5회말 밀어쳐서 안타, 6회말에도 또다시 밀어쳐서 큰 플라이 타구를 만들었고, 홈런이 될 뻔한 왼쪽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터뜨렸다.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도 원래 유격수가 있어야 할 위치에 서있던 한화의 3루수 노시환 옆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안타를 또 하나 추가했다. 정석대로라면 3루수와 유격수 사이에서 잡히는 코스였지만, 페르난데스의 타구는 한화의 시프트를 비껴나갔다. 이후 페르난데스는 대주자로 교체되며 4안타 경기를 마쳤다.

페르난데스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시프트를 의식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반대로 치는 연습을 했다. 올해 시프트가 늘면서 타격 성적이 좀 떨어졌는데 이에 대비한 타격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프트도 '50:50'의 확률이다. 잡히면 100%지만, 시프트를 통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특히 타자가 컨디션이 좋을 때는 수비 시프트가 무용지물이 된다. 페르난데스가 4안타 경기를 통해 다시 한번 이를 증명해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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