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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코멘트]"귀신에 홀린 느낌" 악몽 떨쳐낸 유강남, 5일만에 돌아본 '황당 끝내기' 그 순간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5-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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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에 홀린 느낌" 악몽 떨쳐낸 유강남, 5일만에 돌아본 '황당 끝내기…
2021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2사 2,3루 LG 유강남이 역전 적시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5.26/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정말 귀신에 홀린 것 같은 순간이었다. 난 (한유섬을)따라가면 안되는데 따라갔고, 추신수 선배는 뛰면 안되는데 홈으로 뛰었고, (손호영은)홈에 던져야하는데 안 던졌다."



결승타 포함 3안타 3타점. '히어로'로 떠오른 유강남이 '그때 그순간'을 돌아봤다.

유강남은 지난 21일 데뷔 11년만에 최악의 경험을 했다. 이날 끝내기 패배의 장본인이 된 것. 9회말 1사 만루에서 이재원은 3루 쪽 강습 땅볼 타구를 날렸지만, 3루수 문보경이 잘 잡은 뒤 3루 베이스를 태그했다. 이어 3루주자 추신수는 3루와 홈 사이에서 협살에 걸렸다.

이때 포수 유강남이 의아한 선택을 했다. 문보경으로부터 공을 이어받아 추신수를 3루로 몰고 간 뒤, 이미 아웃된 '유령 주자' 한유섬을 따라간 것. 이어 추신수가 홈쪽으로 움직이자 3루에 있던 손호영에게 골을 던졌고, 추신수는 '홀린듯' 홈으로 천천히 뛰었다. 손호영은 '공을 달라'는 고우석의 외침에서 멍하니 추신수의 등만 바라봤고, 홈을 밟은 추신수는 끝내기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LG는 SSG 랜더스와의 3연전을 모두 패하며 4연패의 늪에 빠졌다. 26일 롯데 자이언츠 전을 앞두고 만난 류지현 감독은 "아무래도 금요일 경기의 분위기가 주말까지 이어진 것 같다. 다행히 (백신 휴가까지)이틀을 쉬면서 선수들이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아마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혼란이 오면서 착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강남은 "그 뒤로 밤잠을 설쳤다. '생각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런데 방송에 계속 나오니까 스트레스가 쌓였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나 때문에 한 경기 졌으니, 앞으로 잘 해보자. 내가 승리에 기여하는 경기를 100경기 만들어보자고 의지를 다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강남은 3-3으로 맞선 9회말 롯데 마무리 김원중으로부터 2타점 결승타를 때려내며 4연패를 끊고 LG의 승리를 이끌었다. 3안타 3타점. 명실상부 이날의 히어로였다. 유강남은 "안타를 치는 순간 '아 오늘 인터뷰하겠구나. 할말이 많겠다. 그날 이후 처음이니까'라고 생각했다"며 멋적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야구 40년 사에 처음 나올 법한 일이 하필 나한테 일어났다. 추신수 선배도 귀신에 홀린 것처럼 홈으로 '천천히' 뛰지 않았나. 내 실수였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참 복잡한 상황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유강남은 "SNS DM(다이렉트 메시지)이 많이 왔다. 우리팀 팬, 내 팬들이 보낸 것 아닌가. 부모님이 많이 속상해하셨다"고 뒤늦게 토로했다.

"연패를 끊은 안타를 친게 나라는 게 오늘은 가장 기쁘다. 정말 기분좋다. 이제 그날을 잊고 앞으로의 시즌에 집중하고 싶다. 앞으로도 우리 팀의 승리에 많이 기여하고 싶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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