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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은 왜, 잘하는 포수에게 "바보같은 소리"라고 했을까?

나유리 기자

입력 2021-05-24 12:30

김태형 감독은 왜, 잘하는 포수에게 "바보같은 소리"라고 했을까?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연장 10회말 두산 장승현이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5.22/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참에 주전을 차지하기 위해서 나서야 한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공개적인 쓴소리를 했다. 포수 장승현을 향한 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장승현이 자꾸 '(박)세혁이형이 오기 전까지 잘 뒷받침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더라. 바보 같은 소리다. 세혁이가 온 뒤에 본인이 그 자리에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있나.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본인이 이참에 주전을 차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평소 시원한 입담의 김 감독이지만, 선수 개개인을 향한 공개적인 평가와 비판은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장승현에게는 이례적으로 '하고싶었던 말'을 가감없이 한 셈이다.

사실 장승현은 최근 잘 하고 있다. 아마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있는 시기일 것이다. 주전 포수 박세혁이 공에 얼굴을 맞아 안와골절 부상을 입었고, 전력에서 이탈하며 크게 낙심하던 두산이지만 장승현이 그 빈 자리를 훌륭히 채워주고 있다. 특히 공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장승현은 신인 시절부터, '포수 사관학교'라고 불리던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기에도 꾸준히 '수비 기본기가 좋다'고 평가를 받았다. 포수의 최고 덕목은 단연 안정적인 수비다. 투수 리드는 경험이 쌓일 수록 발전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기본기가 흔들리면 '좋은 포수'라는 평가를 얻기 힘들다. 장승현의 경우,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백업급 포수들보다 유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좋은 재능도 펼칠 수 있어야 재산이다. 기회가 많지 않았다. 두산에는 양의지가 있었고, 양의지 다음에는 오랫동안 두번째 포수로 빛을 보지 못하던 박세혁이 있었다. 박세혁이 본격적인 주전 포수로 출장하기 시작하고서부터는 장승현을 포함한 20대 포수들의 무한 경쟁 체제였다. 그런데 박세혁이 예상치 못한 큰 부상을 당한 시점에서 구원 포수로 나선 장승현이 예상보다 더 안정적인 공수 활약을 해주고 있다. 특히 타격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었다. 드문드문 타석에 서다보니 좋은 결과를 내기도 힘들었고, 타격에 자질이 있다는 외부의 평가를 받지도 못했었다. 그러나 장승현의 시즌 타율은 2할대지만, 득점권 타율은 무려 0.419에 달한다. 8~9번 타순에서 한 방씩 쳐주는 타자로 존재감을 갖게 됐다. 이번달에는 프로 데뷔 이후 첫 홈런도 쳤고, 22일에는 데뷔 첫 끝내기 안타도 터뜨렸다. 많은 것을 처음 겪으면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장승현이다.

김태형 감독의 쓴소리 같은 잔소리도 장승현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은 누구보다 포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주전과 비주전을 냉정하게 나누면서도, 비주전 선수들이 경쟁 속에서 치고 올라와주길 바라는 욕심도 있다. 장승현의 경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는 것에 대한 대견한 마음도 있다. "내가 승현이의 타격에 대해 잘 몰랐나 보다"라고 하면서도 "너무 잘하고 있다. 생각했던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며 후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끝내기 안타를 치고도 "세혁이 형이 돌아오면 최선을 다해서 뒤를 잘 받쳐주고 싶다"는 장승현의 이야기가 안타까웠을 수 있다. 물론 감독 입장에서야 1군에서 보여준 게 더 많은 박세혁의 건강한 복귀가 기다려지지만, 장승현도 '독기'를 품기를 바라는 마음도 공존한다. 그래야 팀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아마 장승현도 감독의 의중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데뷔 첫 홈런을 친 날, 인터뷰에서 "감독님께서 '언제까지 백업으로 남을래'라고 이야기를 하신 게 많은 자극제가 됐었다. 자신감도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장승현에게는 또다른 동기부여가 생긴 셈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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