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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플레이어]"옆구리에 쥐 날 뻔" 가라, 가라, 수십번 되뇌인 간절함이 만든 최고의 하루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5-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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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에 쥐 날 뻔" 가라, 가라, 수십번 되뇌인 간절함이 만든 최고의…
2021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7회말 1사 만루, 삼성 박해민이 우월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5.23/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최고의 하루였다.



삼성 라이온즈 캡틴 박해민(31). 10년 차 베테랑은 23일 대구 KIA전에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먼저 경기에 앞서 커피 차가 도착했다.

'캡틴박'의 통산 1000경기 출전과 8년 연속 10도루 달성을 축하하는 마음을 커피 안에 담았다.

프로 데뷔 후 처음 누려보는 호사. 최근 유행처럼 도착하던 동료 선수들의 커피차가 살짝 부럽던 차에 의미 있고 뿌듯한 선물이 됐다.

팬들의 사랑이 괴력으로 이어졌다. 휴일 라이온즈 파크를 찾은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2-5로 뒤진 1사 만루에서 박해민이 타석에 섰다. 투수가 장현식에서 좌완 장민기로 바뀌었다.

2B2S 불리한 볼카운트. 박해민은 장민기의 5구째 128㎞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한 손을 놓고 툭 끌어당겼다. 배럴에 맞은 타구에 우익수가 돌아섰다. 펜스 근처까지 따라가 점프 캐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타구는 노란색 철조망 펜스를 아슬아슬 하게 넘어 관중석으로 툭 떨어졌다. 단숨에 6-5를 만드는 역전 만루홈런.

생각치도 못했던 캡틴의 한방. 데뷔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휴일을 맞아 라이온즈파크를 방역수칙 한도 만큼 가득 채운 홈 팬들이 난리가 났다. 체념한 채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삼성 팬들도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105m를 날아 아슬아슬 하게 펜스를 넘은 생애 첫 만루홈런. 짧은 비행 시간, 팬들은 손에 땀을 쥐고 타구 궤적을 쫓았다.

가장 진땀을 흘린 사람은 박해민이었다. 1루를 향하면서 '가라, 가라'를 속으로 되뇌며 몸을 엄청 비틀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넘어갈 줄 몰랐어요. 칠 땐 몰랐는데 치고 나서 옆구리에 쥐가 나더라고요. 오히려 타구를 보면서 몸에 힘이 엄청 들어간 것 같아요.(웃음)"

개인적 홈런 욕심보다는 이 타구가 넘어가면 역전이라는 팀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현실이 됐다. 믿기지 않는 짜릿함. 뷰캐넌이 거수경례로 캡틴박에 대한 예의를 표할 때에서야 집 나갔던 현실감이 돌아왔다.

삼성의 톱타자 박해민은 시즌 초 잠깐 부진을 털고 공-수-주 맹활약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42경기 0.308의 타율과 2홈런, 21타점, 25득점. 14도루로 부문 2위다.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만능 외야수. 가치가 폭등할 조짐이다.

평생 잊을 수 없었던 짜릿했던 하루.

박해민은 "처음 받아본 팬들의 커피차 선물에 첫 만루홈런으로 보답한 것 같아 감사한 마음 뿐"이라며 활짝 웃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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