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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 1~2개는 그린라이트' 배제성, 한꺼풀 벗기 위한 과제는

노재형 기자

입력 2021-05-22 10:40

'볼넷 1~2개는 그린라이트' 배제성, 한꺼풀 벗기 위한 과제는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KBO리그 한화와 KT의 경기가 열렸다. KT 선발 배제성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5.21/

[대전=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볼넷에도 '그린 라이트'가 있을까.



강타자를 피하고 싶을 때, 베이스를 채우고 싶을 때 주는 볼넷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쓸데없는 볼넷은 치명적이다. 투수에게 볼넷은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이 된다.

KT 위즈 우완 배제성은 볼넷 이미지가 강한 투수다. 이강철 감독이 "그러려니 하고 본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이 감독의 이 말은 올시즌 긍정에 가깝다. 구위가 좋아지고 경기운영능력이 늘었기 때문이다. 볼넷을 안 주려다 보면 제 공을 못 던지는 경우가 많은데, 볼넷을 의식하지 말고 자기 공을 뿌리면 만족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배제성은 21일 대전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볼넷을 남발했다. 5이닝 동안 2안타보다 많은 5볼넷을 허용하며 3실점해 패전투수가 됐다. 올시즌 그에게 5볼넷 경기는 세 번째였다. 실점 모두 볼넷이 화근이 됐다. 1,2회를 삼자범퇴로 틀어막은 배제성은 3회말 선두 김민하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실책과 적시타 허용으로 먼저 한 점을 줬다. 4회에는 선두 노시환과 이성열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뒤 적시타와 희생플라이로 추가 2실점했다. 남발된 볼넷이 독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이날 배제성은 올시즌 자신의 최고 구속 151㎞를 찍으며 한층 탄력붙은 직구 구위를 자랑했다. 슬라이더도 삼진 7개 중 4개를 잡을 정도로 스피드와 각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결국 순간적인 제구력 난조가 경기를 망친 것이다.

이날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은 "제성이가 그래도 볼넷이 많이 줄었다. 구위가 작년보다 훨씬 좋아졌다. 자신감이 붙었다. 볼넷 1~2개는 감안해서 본다"면서 "구위를 믿고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 얼굴빛도 좋다. 이길 수 있는 카드"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이전 경기까지는 이 감독을 만족시켰다. 배제성은 시즌 첫 등판이던 지난 4월 8일 LG 트윈스전에서 4⅓이닝 5안타 6실점으로 패전을 안은 이후 이날까지 한 번도 5회를 채우지 못한 적이 없다. 이날도 투구수 104개를 기록하며 5이닝을 투구했다. 3,4회 실점 후 5회에는 별다른 위기없이 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21일 기준 볼넷 부문 최다 투수는 29개를 허용한 배제성이다. 올해도 볼넷 투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한꺼풀 벗는 작업이 지속적인 숙제로 남아 있다.

이 감독은 배제성의 올시즌 활약에 대해 "직구가 평균 145㎞까지 나온다. 팔이 낮았고 엎어서 던졌는데 올해는 많이 편해진 모습이다. 보강 운동과 웨이트를 잘 한 것 같다. 캠프에서 148㎞까지 나왔다. 구속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슬라이더는 원래 좋았다"며 이런저런 긍정적 분석을 내놓았다.

이 감독이 배제성에게 볼넷에 대한 '그린 라이트'를 발동했다는 건 그만큼 믿음이 크다는 소리다.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볼넷 남발에 대한 이 감독의 인내가 지속될 지 두고 볼 일이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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