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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리포트]'작심 메시지→대승' 가시밭길 한화 반등 계기 되나

박상경 기자

입력 2021-05-20 07:00

'작심 메시지→대승' 가시밭길 한화 반등 계기 되나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영원한 주전은 없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좋은 활약으로 주전 자리를 잡는 순간 도전자와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매년 나타나는 스타와 그에게 자리를 내주는 기존 주전의 모습은 영원한 주전-백업은 없다는 말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책임감'을 강조한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시선도 이런 방향에 맞춰지는 모습이다. 수베로 감독은 개막 후 5월 초까지만 해도 큰 엔트리 변동이나 경기 중 교체 없이 대부분의 경기를 치렀다. 캠프 기간 노력해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고, 그 속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러나 한화는 좀처럼 치고 올라가질 못하고 있고, 최근 연패를 반복하면서 분위기도 침체 일로를 걸었다. 이런 가운데 주전들의 느슨한 플레이까지 이어질 모습을 보이자, 수베로 감독도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시즌이 어느 정도 진행된 만큼, 선수들 스스로 플레이에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할 시기다. 지금까지는 웬만하면 경기 중 대타-대주자를 활용하진 않았지만, 이제부턴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그의 메시지는 선수단에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효과는 단숨에 나타났다. 침묵을 거듭하던 한화 방망이는 뜨겁게 달궈졌다. 야수 최고참 이성열부터 장타 부재에 허덕이던 라이온 힐리까지 홈런포를 펑펑 쏘아 올리면서 10점차 대승을 이끈 것. 이날 선발 라인업에 포진한 선수 중 무안타에 그친 것은 노시환 단 한 명뿐이었다. 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왜 자신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증명하려는 듯 무력시위를 펼쳤다.

이성열은 최근 선수단 사이 미묘한 분위기 변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돌아보면 4월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5월에는 야구장에 출근하면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캠프 초반 '실패할 자유', '신념'을 강조한 수베로 감독 밑에서 똘똘 뭉쳤던 팀 분위기가 패배를 거듭하면서 침체되고 하나로 뭉치지 못했던 것을 지적한 것. 이성열은 "어쩌면 예견된 부분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당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은 야구로 치면 1회초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시작하는 단계인데 너무 주눅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며 "힘들고 지칠 수도 있지만, 이겨내고 더 즐겁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지도법을 갖춰도 결국 결과를 만드는 것은 선수다. 이성열은 "감독님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기회를 주신다. 어린 선수 뿐만 아니라 나 역시 이겨내야 한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성열은 "지금 당장 힘든 상황이지만, 팬들이 인내하며 기다려 주신다면 좋은 성적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며 "참고 기다려주시면 수베로 감독님이 (선수들을) 잘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성원을 당부했다.

추락하면 언젠간 반등 기회도 찾아온다. 어떤 지점에서 그 시기가 짧게 끝날 수도,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수베로 감독이 던진 메시지와 그 이후 찾아온 대승은 어쩌면 한화가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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