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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히어로]팀 수렁서 건진 그랜드슬램, 한화 이성열이 증명한 '베테랑의 품격'

박상경 기자

입력 2021-05-19 22:30

팀 수렁서 건진 그랜드슬램, 한화 이성열이 증명한 '베테랑의 품격'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둔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표정은 굳어 있었다. 지난 1월 말 입국한 이래 쾌활함과 긍정적 마인드를 잊지 않았던 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얼굴빛.

웃을래야 웃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시즌 초반 순항하는 듯했던 독수리 군단은 '현미경 분석'에 고전을 거듭 중이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는 상대 투수의 집요한 공략 속에 수그러들었고, 돌파구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긴 시즌 승패와 관계 없이 '실패할 자유', '신념'을 강조해왔던 수베로 감독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거듭되는 부진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수베로 감독은 롯데전을 앞두고 작정한 듯 말문을 열었다. "이제 시즌이 꽤 지난 시기다. 선수들이 플레이에 책임감을 가져야 할 시기 아닌가 싶다." 수베로 감독은 "지금까지는 웬만하면 경기 중 대타-대주자를 활용하진 않았지만, 이제부턴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충분한 기회와 그 속에서 얻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여 이제부턴 잣대가 냉정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 개막 시리즈부터 기용돼 왔던 선수들에겐 충분히 긴장감을 불어넣을 만했다.

가장 먼저 응답한 선수는 야수 맏형 이성열(37)이다. 1회말 1사 만루에서 롯데 노경은을 상대로 우중월 만루포를 뽑아냈다. 몸쪽 낮은 코스로 형성된 130㎞ 체인지업에 망설임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22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1할6푼7리에 그쳤던 이성열의 예상치 못한 한방이었다.

이성열이 불씨를 당기자, 타선도 비로소 기지개를 폈다. 2회말엔 최재훈이 투런포를 터뜨리면서 노경은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3회말엔 앞선 31경기서 홈런 단 1개에 그쳤던 빅리그 통산 69홈런의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까지 전광판 아래 떨어지는 큼지막한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12대2 승리, 하루 전 1점차 패배를 말끔하게 털어낸 쾌승이었다.

이성열은 경기 후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형으로서 한 게 없었는데 다행히 홈런에 힘입어 승리했다. 서로 도움을 주며 편안하게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구 승부가 들어오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침 체인지업이 들어왔다. 부산에서 노경은과 맞대결에서 실투를 공략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늘은 잘 맞아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또 "경험이 있다고들 하시지만 출전 간격이 길어 감을 잡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느낌이 괜찮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척 키움전 뒤에도 감독님이 '좋아질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회를 주시는 만큼 잘 해야 하는데, 오늘을 계기로 팀과 개인 모두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성열은 "앞선 삼성전부터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인지하신 것 같다. 감독님 말씀대로 책임감을 가져야 할 시기다. 나 또한 팀원들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활발하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이 '야구로 치면 1회초'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인데 너무 주눅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며 "힘들고 지칠 수도 있지만, 이겨내고 더 즐겁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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