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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1할 타율? 그래도 Go!' 날개 못 펴는 아기 독수리, 수베로 감독 기용 이유는?

박상경 기자

입력 2021-05-17 07:00

'1할 타율? 그래도 Go!' 날개 못 펴는 아기 독수리, 수베로 감독 …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올해도 방망이가 문제다.



16일 고척 키움전까지 36경기를 치른 한화 이글스의 팀 타율은 2할4푼1리.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팀 OPS(출루율+장타율)에서도 KIA 타이거즈(0.674)와 함께 유이하게 6할대(0.662)에 머물고 있다. 장타 실종 속에 최하위 멍에를 썼던 지난해 악몽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한화 타선엔 1할대 타자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나란히 26경기씩 나선 임종찬(20·1할5푼2리)과 유장혁(21·1할7푼7리)이 대표적. 16일 키움전 멀티 히트로 2할대(2할4리) 타율에 간신히 재진입한 박정현(20)도 마찬가지. '2000년생 듀오' 정은원(2할7푼6리)과 노시환(2할9푼1리)처럼 성공사례도 있지만, 나머지 젊은 타자들은 초반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이들의 부진 원인을 상대 투수들의 구종 선택 변화에서 찾고 있다. 그는 "시즌 초반 상대 투수들이 우리 젊은 타자들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직구 위주의 승부를 펼쳤지만, 이제는 변화구, 유인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 입장에선 예전 같으면 직구를 노릴 수 있는 카운트에서 유인구, 변화구가 오면서 힘들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럼에도 수베로 감독은 젊은 타자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상대 투수 특성에 따라 일부 변화를 줄 때도 있지만, 타석에서의 결과와 관계없이 출전 기회를 배분하는 계획엔 변동이 없다.

그동안 '과정'을 강조해왔던 수베로 감독의 시각은 젊은 타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임종찬이 최근 안타가 곧잘 나오지만, 안타라는 결과보다는 타구질이 좋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임종찬은 가진 재능이 많은 선수인데, 부담감이 그런 재능을 표출하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 아닌가 싶다"며 "박정현 등 젊은 선수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프로 선수로 커리어를 쌓아 가려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을 찾고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수베로 감독이 이들을 '방임'하는 것은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부담감에 억눌리도록 내버려 두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재정비할 시간을 주는 등 변화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임종찬은 최근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가진 재능만큼 기량을 펼쳐 보일 수 있도록 (부담감을) 극복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화의 리빌딩 완성을 위한 가장 큰 과제는 젊은 선수들의 경험과 성장이다. 이를 완수하기 위해 캠프 기간 옥석 가리기에 심혈을 기울였고, 1군-퓨처스(2군) 일원화를 통해 가능성을 찾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당장 부진한 결과에 그치고 있지만, 이런 과정이 결국에는 반등 기폭제 및 성장의 자양분이 돼 리빌딩 완수라는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부진은 베테랑 대거 정리로 새판을 짠 한화가 피할 수 없었던 숙명이었다.

씨를 뿌리자마자 꽃피우는 열매는 없다.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수베로호의 화두는 인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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